보이지 않는 능력은 쉽게 의심받는다
정신과에서 일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내가 일을 잘하고 있는 게 맞나.. 보이는 성과가 없는데 부족한 건 아닐까.
타과처럼 눈에 보이는 처치나 술기,
바로 결과가 드러나는 일이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나가 잘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정체되어 있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이 매너리즘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느낌은 내 자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미 다른 방식의 역량, 기술을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신과는‘보고, 읽고, 판단하는 능력’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환자가 “죽고 싶어요”라고 말했을 때
그 말만 듣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수면은 어떤지,
식사는 줄었는지,
말의 속도나 내용은 달라졌는지,
과거 시도력은 있었는지.
이 모든 단서를 모아
‘지금이 위험한 시점인지’를 미리 읽어냅니다.
또 어떤 날은
말투가 짧아지고,
눈을 피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환자를 보게 됩니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어 보이지만,
이 작은 변화들을 이어 보면
증상이 악화되는 흐름이 보이기도 합니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막아내는 능력도 중요합니다.
목소리 톤이 올라가고,
안절부절못하고,
액션이 커지는 순간들.
그 신호를 읽고
대화를 조정하거나,
환경을 바꾸고,
필요하면 거리를 두는 것.
이런 개입은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가장 중요한 순간들입니다.
환자와 보호자 사이에서의 조율도 마찬가지입니다.
불안한 보호자와
방어적인 환자 사이에서
양쪽의 감정을 다루면서도
치료의 방향을 잃지 않는 것.
이 역시 정신과에서만 요구되는
고도의 임상 능력입니다.
이 모든 것들은
타과의 시술이나 검사처럼
눈에 바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정신과는 일을 덜 하는 곳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변화를 읽고,
보이지 않는 위험을 관리하는 분야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능력은
이미 매일, 당연하다는 듯이 사용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