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싸움에 들어가지 않는 기술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순간,
이미 휘둘린 것입니다.
정신과에서 중요한 건 ‘환자가 나에게 하는 말’ 그 자체보단, 그 안에 담긴 ‘증상’을 보는 것입니다.
조증이나 경계선 성격장애 환자처럼 충동성이 높은 경우에는 의료진을 시험하거나 선을 넘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이때 감정으로 반응하면
관계는 순식간에 ‘기싸움’으로 변합니다.
이 간호사는 왜 이렇게 싸가지가 없어?
이 말은 나를 공격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불안하고 통제감이 떨어진 상태에서
상대의 반응을 확인하려는 행동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렇게 느끼실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런 표현은 계속 들을 수는 없어요.
감정은 받아주되,
행동에는 분명하게 선을 긋는 것.
이게 치료적 관계의 시작입니다.
한편, 이렇게 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너무 우울해서 아무것도 못하겠어요... 아무것도 안 할래요.
이 감정은 분명 진짜입니다.
하지만 그 상태가 반복되면
하나의 ‘패턴’이 되기도 합니다.
이때 모든 것을 대신해 주면
환자는 그 상태에서
벗어나기 더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말합니다.
많이 힘드신 건 이해해요.
그래도 한 가지는 같이 해볼게요.
공감은 유지하면서, 행동은 끌어내는 것. 이 균형이 회복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나를 더 흔드는 환자가 있습니다.
그때 느껴지는 감정, 정말 ‘내 것’일까요?
정신과에서는 종종
타인의 감정이 내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바로 반응하지 않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한 박자 늦추고, 톤을 낮추는 것.
이 작은 차이가
충돌을 크게 줄입니다.
결국 중요한 건 하나입니다.
기싸움에 들어가지 않는 것.
동화 『해와 바람』처럼,
바람처럼 밀어붙이면
환자는 더 버텨냅니다.
하지만 해처럼
따뜻하면서도 단호하게 다가갈 때,
환자는 스스로
경계를 내려놓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비로소 치료가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