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간호사의 현실 1. 감정조절의 어려움

기싸움에 들어가지 않는 기술

by 정신간호사 혜니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순간,

이미 휘둘린 것입니다.


정신과에서 중요한 건 ‘환자가 나에게 하는 말’ 그 자체보단, 그 안에 담긴 ‘증상’을 보는 것입니다.


조증이나 경계선 성격장애 환자처럼 충동성이 높은 경우에는 의료진을 시험하거나 선을 넘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이때 감정으로 반응하면

관계는 순식간에 ‘기싸움’으로 변합니다.


이 간호사는 왜 이렇게 싸가지가 없어?


이 말은 나를 공격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불안하고 통제감이 떨어진 상태에서

상대의 반응을 확인하려는 행동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렇게 느끼실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런 표현은 계속 들을 수는 없어요.


감정은 받아주되,

행동에는 분명하게 선을 긋는 것.


이게 치료적 관계의 시작입니다.


한편, 이렇게 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너무 우울해서 아무것도 못하겠어요... 아무것도 안 할래요.


이 감정은 분명 진짜입니다.

하지만 그 상태가 반복되면

하나의 ‘패턴’이 되기도 합니다.


이때 모든 것을 대신해 주면

환자는 그 상태에서

벗어나기 더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말합니다.

많이 힘드신 건 이해해요.
그래도 한 가지는 같이 해볼게요.


공감은 유지하면서, 행동은 끌어내는 것. 이 균형이 회복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나를 더 흔드는 환자가 있습니다.


그때 느껴지는 감정, 정말 ‘내 것’일까요?


정신과에서는 종종

타인의 감정이 내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바로 반응하지 않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한 박자 늦추고, 톤을 낮추는 것.


이 작은 차이가

충돌을 크게 줄입니다.


결국 중요한 건 하나입니다.

기싸움에 들어가지 않는 것.


동화 『해와 바람』처럼,


바람처럼 밀어붙이면

환자는 더 버텨냅니다.


하지만 해처럼

따뜻하면서도 단호하게 다가갈 때,


환자는 스스로

경계를 내려놓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비로소 치료가 시작됩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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