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의 유령들 01

-첫 번째 유령: 아는 것만 보는 고정필

by 강창래

뉴질랜드의 와나카Wanaka에 가면 수수께끼 세상Puzzling World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다음 사진은 거기에서 볼 수 있는 기둥들입니다.


깜짝 놀랐다고요? 기둥 사이에 서 있는 유령을 보았군요! 못 보았다고요? 다시 한 번 보세요. 분명히 기둥과 기둥 사이에 사람 모습이 보일 겁니다. 사실은 아무 것도 없는 빈 공간이지만 우리는 거기에서 사람의 모습을 봅니다.


우리는 왜 저 빈 공간에 서 사람을 볼까요?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어디에서나 사람과 비슷한 형태를 찾아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웬만큼만 비슷하면 사람으로 느낍니다. 영 엉뚱한 곳에서도 사람의 얼굴을 봅니다. 사람에게는 사람이 가장 소중하면서도 가장 무서운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생존본능이 그렇게 진화한 겁니다. 특히 마음에 깊이 새긴 사람, 그리운 사람이나 무서운 사람이 생기면 착각하는 일이 더 잦습니다. 어두운 밤에 길을 걷다보 면 길모퉁이에 서 있는 나무가 그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지요. 아주 오래된 옛날에 불이 없어 캄캄했던 밤길에서 유령을 본 사 람이 많았던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소년도 어두운 지하창고에 내려갈 때마다 무서운 유령을 떠올렸고 그림자들이 모두 유령처럼 보이는 바람에 두려움에 떨었지요. 용기를 내어 플래쉬로 ‘밝혀 보니까’ 그게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곧바로 두려움이 사라졌지요. 대개의 경우 모르면 두렵지만 알고 나면 그리 두렵지 않습니다. 알고 나면 그것을 극복할 가능성도 생기는 것이지요.


그나저나 우리에게는 왜 이런 착각이 자연스러운 걸까요?


우리는 사실이 아니라 순식간에 떠오르는 해석에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한밤중에 일어나 화장실을 갈 때마다 저 사진을 본다고 상상해 보세요. 조금은 으스스할 겁니다. 잠이 덜 깬 상태에서는 깜짝 놀랄지도 모르지요. 텅 빈 공간일 뿐이라는 것을 ‘안다고 해도’ 소용 없습니다. 아무 것도 없지만 무엇인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사실이 아니라 해석을 보게 만드는 유령이 우리 머릿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생긴 겁니다. 모르는 것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 머릿속에는 아는 것만 보는 유령이 살고 있어요. 그 유령 때문에 우리는 보이는 그대로를 보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고정관념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운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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