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은 당신의 머릿속에

-알고 보면 별것 아닌 유령

by 강창래

오래전 한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소년의 가족들은 밤참을 해먹는 날이 많았어요. 그 재료는 지하창고에 있었고요. 심부름은 언제나 소년의 몫이었습니다. 지하창고에는 전깃불이 없어 어두웠어요. 플래쉬를 가지고 가야 했지요. 반지하라 희미한 빛 이 새어 들어오는 작은 창문이 있긴 했지만 그래서 더 무서웠어요. 지하창고로 들어설 때 뒤에서 쾅 하고 문이 닫히면 가슴도 쾅쾅거렸습니다.


유령 때문이었어요. 한 살 많은 형은 심부름을 시키면서 늘 무서운 유령 이야기를 했습니다. 귀를 막아 도 소용없었지요. 지하창고로 내려가면 유령이 많았습니다. 플래쉬는 물건을 찾을 수 있게 해주었지만 어두움 속에 사는 유령들을 깨어나게 했어요.


고개를 들면 여기저기에서 유령처럼 보이는 것이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물건을 찾아서 후닥닥 뛰어나오곤 했습니다. 그날도 플래시를 들고 앞만 바라보며 사과상자로 돌진해서 사과를 꺼내 들고 퍼뜩 돌아섰습니다. 도망치듯 뛰어 나가려 했어요.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분명히 아무도 없었는데! 얼어붙어 버렸어요. 잠깐이었지만 긴 시간이었어요. 돌아볼까? 그냥 도망쳐버릴까?


이제 그러고 싶지 않아! 그런 마음이 불쑥 든 거예요. 맞부딪쳐 보자. 돌아섰습니다. 머리카락이 쭈뼛거리며 솟구쳤지요. 모퉁이에서 사람 모습의 유령이 보이는 겁니다. 손을 흔드는 것 같았어요. 온 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희미했지만 사람 모습이 분명했습니다.


“누구세요?”


용기를 내어서 말했습니다. 아무 대답이 없었어 요. 들리지 않을 정도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였는지도 모르죠. 다가가 보았습니다. 사람처럼 보이게 쌓여 있는 물건들이었어요. 좀 더 용기를 내어 어두운 지하창고를 구석구석 돌아다녔어요. 플래시로 비춰 하나하나 밝혀보면서.


어둠 속을 다 탐험하고 나니 지하창고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습니다. 유령은 지하창고가 아니라 머릿속에 있었던 겁니다. 그 뒤로는 울적할 때면 지하실에 내려가 어둠 속에 앉아 있는 게 깊은 위로가 되었어요. 알고 나니 어둠이 친구가 되더군요.


세월이 많이 지나 인문학 공부를 하면서 우리 머릿속에는 세 종류의 유령이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들이 어떻게 내 생각을 조종하는지 이해했지요. 그러고 나니 주변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더군요. 깊은 안개 속이나, 달빛 하나 없는 공동묘지에도 두려움 없이 다닐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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