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과 로봇
로봇이 교통정리를 하고, 광산에서는 금이나 다이아몬드를 채굴하고 있다. 드론이 국립수혈센터에 필요한 혈액을 나르고, 농장 위를 날며 땅 속에 심어놓은 센서를 통해 작물이 받는 스트레스를 감지한다.
“로보캅과 드론이 아프리카 6억 명 일자리 위협”, 이라고 쓴 대문짝만한 타이틀만 없었다면, 미래도시의 한 장면을 묘사한 대목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이 기사의 요지는, 산업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상태에서 로봇이나 기계의 도입만을 장려하면 실업률을 크게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선진국들이 각종 규제로 신기술을 막고 있는 사이 아프리카는 낮은 규제 장벽으로 신기술을 적극 도입한 결과라는 부연 설명과 함께.
아프리카에 대한 기사의 대부분이 내전, 기아, 풍토병, 에이즈 등에 대한 부정적인 것이었다면, 선진국에서도 실현되지 않은 신기술이 아프리카에서는 이미 상용화 되었다는 기사는 참신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미 6억의 인구가 일자리를 잃은 것처럼 과장하는 보도는 읽는 내내 나를 불편하게 했다.
콩고 킨샤샤 지역 어느 곳에서는 2미터가 넘는 장신의 로봇이 교통정리를 하고 있을 것이다, 르완다에서는 얼마간의 드론이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외진 곳에 응급을 요하는 혈액을 나르는 일도 하고 있을 것이다. 국토의 절반을 누비며, 란 대목에서는 의구심이 들지만. 남아공과 보츠와나에서도 다국적 기업이 소유한 광산에서 로봇이 금이나 다이아몬드를 채굴하고 있을 것이다. 남아공을 우리가 말하는 아프리카의 범주에 넣어야 하나에 대한 의문은 차치하고. 어쨌든, 전혀 없는 사실을 있다고 거짓 기사를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아 온 아프리카와는 많이 다르다.
나는 세네갈과 탄자니아에서 각각 2년 남짓 살았고, 기회가 되면 주변 나라를 주마간산 격으로 보고 왔다. 그렇다고 내가 아프리카를 잘 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혀 모른다고도 할 수 없다. 서울 가 본 사람과 안 가 본 사람이 싸우면 안 가 본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있다. 나는 저런 기사를 보면 기자에게 묻고 싶어진다. 정말 아프리카에 대해서 잘 알아서 저런 기사를 쓴 것이냐고. 아프리카가 내전과 기아, 에이즈와 풍토병이 창궐하는 야만적이고 미개하며 죽음의 땅이라고 보는 것만큼이나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두바이에서 무인 드론 택시가 시험 비행하는 장면을 보며, 아프리카에 꼭 필요한 교통수단이군, 했다. 유선전화시대를 건너뛰고 무선전화시대로 직행했듯이, 인프라 구축비용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드론 택시만큼 확실하고 경제적인 것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계화의 또 다른 이름인 로봇이 사람을 대체할 것이란 점에서도 아프리카라고 예외가 되진 못할 것이다.
‘화폐보다 더 안전해 아프리카에서 비트코인 광풍이 분다.’는 뉴스도 있었다. 정치적 불안 요소가 큰 일부 국가에서는 가상화폐가 실제화폐보다 안전자산으로 평가되어 거래 프리미엄까지 붙는다는 내용이었다.
분명 아프리카도 빠른 시일 내에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란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GDP성장률은 아프리카가 얼마나 빠른 성장을 하고 있나 보여준다. 현재 GDP성장률 1,2위가 가나(8.3%)와 에티오피아(8.2%), 그리고 코트디부아르(7.2%), 지부티(7%)가 4,5위로 뒤를 따른다. 세네갈(6.9%)과 탄자니아(6.8%) 역시 8,9위를 기록해 상위 10개국 중 6개가 아프리카 국가다. 이런 수치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나는 이곳의 잠재력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풍부한 부존자원과 강한 지구력을 가진 사람들, 교육만 전제된다면 엄청난 폭발력을 지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의 지나친 과장 보도는 사실을 왜곡해서 우리에게 아프리카의 참 모습을 보지 못하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