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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Jan 27. 2024

그거 중국에서 엄청 유명한 건데

아무튼 홍콩 2024

오늘은 오랜만에 처음으로 하는 일이 있었다. 처음의 달콤함을 아주 오랜만에 맛보았다. 바로 하이디라우 인스턴트 핫팟을 먹는 일이었다. 설명하자면 길지만 아침밥을 챙겨먹어야겠다고 다짐한 어제 저녁. 상점은 문을 다 닫은 밤 11시 케네디타운에 세븐일레븐에서 고심해서 사 온 한국 전복죽과 중국 라면. 그때까지만 해도 이건 내게 그냥 중국 컵라면에 불과했다. 좀 크긴 해서 '오. 뭔가 재미있겠네.' 정도였다. 한자를 못 읽으니 뭔지 잘 몰랐다. 


나른하고 바쁜 토요일 오후. 저녁을 타이쿠에 가서 먹을까 말까 하다가 그냥 어제 사온 걸 먹기로 했다. 품에 안고 총총 나가는데 친구가 오랜만에 놀랐다. 


그거 중국에서 엄청 유명한 건데.


아무튼 나는 글을 읽을 줄 모르니 그냥 라면이고 걔 눈에는 상표가 떡하니 보인 것이다. 잘됐다 생각하고 이것저것 물은 찬 물을 붓냐 뜨거운 물이냐. 물어보는데 친구가 다 해줬다. 이런 친절이 익숙치 않아서 로딩중이었는데 들은 말이다. 


이거 처음 해보는 거잖아. 그리고 좀 위험하거든.


훠궈 안 먹은 지 정말 오래되긴 해서 음식만으로도 설레는데. 날 더 설레게 하다니. 처음이라는 건 언제나 좋은 변명이 된다. 하지만 변명만은 아니다. 처음이라는 건 정말 어렵다. 그 자체로 봐줄만한 이유가 되는 모양이다. 


오늘 오전에는 인턴을 했는데 닥터는 우리가 처음이라는 것만으로 꽤나 너그럽고, 동시에 그래서 더 엄격하다. 인턴 이벤트를 준비하며 미팅을 하는 와중 그가 '3년 뒤면 진짜 심리학자가 될 거니까. 나도 그렇게 너희를 대할 거다.' 라고 말했다. 멍했다. 난 진짜 심리학자가 될까? 아직 확신하지도 못했는데 닥터가 그렇게 말해주니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뭔가 어정쩡한 감동. 나 진짜 되는 건가? 할 수 있는 건가?


처음 해보는 게 너무 많아서 물렁하고 오히려 그래서 속은 더 바짝 쫄은 나는 중국당면일까? 중국 당면을 안 넣어서 아쉬운 핫팟을 보며 이만 오늘의 글을 마무리한다. 


[아무튼 홍콩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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