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사이즈의 사이즈 실패

연재 실패1 / 보라

by 금붕어

내가 일하는 곳 맞은편에는 작은 전파사가 하나 있다.

그 전파사 앞에는 노란 장판이 씌워진 평상이 하나 있는데 그곳에는 언제나 동네 노인들이 앉아 있다.

나는 출근할 때 한 번, 밥을 먹을 때 한 번, 퇴근할 때 한 번, 하루 세 번 그 곳을 지난다.

그 앞을 지나갈 때면 평균 네 명의 노인들의 도합 여덟 개의 눈동자가 나를 훑는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문제는 내가 살이 많이 찐 뚱뚱한 사람이라는 것.

뚱뚱한 사람은 그들에게 말하기 좋은 대화거리가 되곤 한다.

한번은 날씬한 직장 동료와 그 앞을 지날 때였다.


“한 명은 날씬하고 한 명은 뚱뚱하네.”


뚱뚱한 사람에게 나이가 아주 어리거나 나이가 아주 많은 사람과의 대화는 고역이다.

뜬금없는 타이밍에 악의 없는 말을 내뱉기 때문이다.

그런 말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웃으면서 지나가는 것뿐이다.

왜 어떤 사람들은 평균에 도달하지 못하는 인간을 가만히 두고 보지 못하는 걸까.

평균을 훌쩍 넘은 몸무게를 가진 나조차도 이 당연한 의문을 최근에서야 가지기 시작했다.

그 동안은 평균에 도달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했었고.(지금은 아니다)


중학교 교복을 사러 들어간 아이비클럽에서 가장 큰 사이즈의 교복에 몸을 우겨넣고,

엄마가 사다준 가장 큰 사이즈의 브래지어에 삐져나온 살들을 집어넣었던 그 때부터 나는 이미 실패였다.


사이즈 실패.


그 때는 ‘빅사이즈’라는 단어를 네이버에 검색하는 것조차 창피해서 내 몸을 나도 어떻게 해야 할 줄을 몰랐다.

큰 몸은 큰 옷을 입어야하는 것이 당연한데 내 눈에는 큰 옷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 몸에 맞을 만한 큰 옷은 내 눈에 보이는 곳에 없었기 때문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