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실패20 / 미영
옛날부터 나는 집중력이 정말 좋지 못했지만 요즘은 어느 정도냐면 집중이라는 개념을 아예 모르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남들은 3시간이면 할 일을 반나절을 걸려서 하고 있으니 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다.
조그만 일거리도 하루를 소비해서 끝내는데, 이제는 이런 패턴에 익숙해져서 어떤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으면 아예 하루를 비워 놓게 됐다.
그런데 이렇게 되니 '하루는 기니까'라는 안일한 태도가 생겨서 자정까지 미루다가 결국 이틀에 걸쳐서 일을 끝내고 있다.
안되겠다 싶어 내 나름대로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강구해 봤다.
참고로 이 방법은 집중력을 헤치는 요소를 없애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요소를 미리 준비함으로써 집중력을 완전히 다 잃어버리는 사태만큼은 방지하자는, 최소한의 집중력만 가지고 가겠다는 취지에서 준비했음을 밝힌다.
먼저 노래를 들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인가 아닌가로 일을 분류한다.
전자의 경우 또 다시 신나는 노래여도 괜찮은가 아닌가로 분류한다. 실은 후자라고 해도 나는 이미 무언가를 듣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는 지경이 됐기 때문에 최대한 가사 없는 잔잔한 노래를 선곡한다.
여기에 더해 어떤 음료를 마실지도 미리 고려하면 좋다.
보통은 아메리카노지만 가끔 홍차나 달달한 음료를 마시고 싶은 때도 있어서 별 생각 없이 아메리카노를 준비했다가 다 제쳐 놓고 음료를 바꾸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일이 끝나면 무엇을 할지도 생각해 두자. 보고 싶은 드라마가 있거나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면 그만큼 빨리 일을 끝내고 싶어지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 글은 위 방법들을 모두 동원해서 집중해 쓰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해서, 원래는 다른 내용을 쓰고 싶었음에도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들만 구구절절 늘어놓게 됐다. 집중력을 높이는 길은 참 멀고도 험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