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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와 육아사이
흘러가는 구름처럼
시간은 상대적인 것 같아.
by
은하수
Sep 5. 2020
안녕 여름의 하늘:)
나는 여름을 견뎌낸 가을이 참 좋다.
오늘 새벽에는 열어둔 창문으로 솔솔 들어오는 가을바람 덕분에 에어컨 리모컨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
대신 부엌 찬장에서 드립 커피용품들을 꺼냈다.
몇 달간 일어나자마자 냉동고 안의 얼음을 가득 채워 커피머신을 돌리던 습관이 이내 어색해졌지만,
한 계절을 건너뛴 드립 커피용품들은 그 나름대로 반갑다.
가을의 초입부에서 지난여름을 위로할 만큼 마음도 넉넉해지는 것 같다.
언제나 살랑살랑 가을바람이 불면 내 마음 한편에도 가을의 자리가 생긴다. 그 한편의 여유는 가을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나를 들뜨게 만든다. 한 때는 그 한편의 자리가 사무치게 시릴 때에도 있었는데, 상황이 달라지니 관점도 달라지는 것 같다.
올해 나의 여름은 유난히 뜨겁고 견디기 힘들어서였는지
달력의 커다란 숫자가 바뀌니 내 미간의 주름도 슬그머니 펴지는 것 같다.
날이 맑고 밝은 날 거실 소파에 슬그머니 누워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을 멍하게 바라봤는데,
이번 가을은 어쩐지 금세 지나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시간은 언제나 상대적이니까.
어쩌면 나에게 가을이 소중한 건 여름을 견뎌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여름을 견뎌내었기에 소중한 것들을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휴대폰의 지난 앨범들을 뒤적이며 아이들의 사진들을 보니 마음이 괜스레 찡해진다. 나에게 흘러가는 구름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쑥쑥 크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제야 내 마음에 꽉 찬다.
왜
잘 알면서도 시시때때로 여기저기로 숨게 되는 건지.
여름의 나는 지금의 시간들이 훌쩍 지나기만을 바랬건만 가을의 나는 아이들 곁에서조차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벌써 그립다.
이번 가을에는 아이들에게 모자랐던 여름의 사랑까지 채워주어야겠다.
백설왕자 미키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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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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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이상의 차이에서 방황을 하다가 글을 통해 나를 찾아가는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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