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전 지역 강풍특보에 따른 주의 당부사항 알림 문자가 왔다.
도서관에 반납할 책과 예약 대출할 책이 있어 강아지들과 함께 나섰다.
바람이 어떻게 불든, 강아지들에게는 함께 떠나는 드라이브가 최고의 소풍이다.
도서관을 들른 뒤, 잠시 바닷가에 내려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주차장을 지나 모래사장으로 향하는 몇 걸음 사이, 바람은 점점 몸을 밀어냈다. 옷깃이 뒤로 젖혀지고 머리카락이 귀를 때렸다.
바람이 모래를 통째로 들어 올려 마구 휘몰아쳤고, 나는 마치 얼굴에 ‘모래 팩’을 하는 것처럼 사정없이 모레세례를 맞았다. 모래가 피부에 달라붙고 따갑게 스쳤다.
순간, 재난문자가 단순한 예고가 아니라 ‘경고’였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그 속에서도 강아지들은 마치 놀이가 시작된 듯 앞장서 달렸다. 꼬리를 크게 흔들며, 바람을 온몸으로 맞이했다. 바람이 강하든, 모래가 날리든 그들의 세계에는 오직 재미와 호기심뿐이다. 그러나 자연의 힘은 그 장난스러움을 허락하지 않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모래가 폭풍처럼 일어, 강아지들의 귀도 뒤로 젖혀지고 털 끝이 바람에 휘날리자 나와 동시에 멈춰 섰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같은 결론을 내렸다.
철수하자.
차 문을 닫는 순간, 비로소 안전한 작은 세계가 만들어졌다.
차창 너머로 보이는 바닷가는 여전히 하얀 모래바람이 춤추듯 날리고 있다. 오늘에서야 비로소 모래 바람의 위력을 온몸으로 경험했다. 강풍 속의 짧은 산책은 잠시 스쳐 지나간 에피소드였지만 오히려 오래 남는 배움이었다.
제주의 바람은 내게 말한다.
자연 앞에서는 늘 겸손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