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과 부정의 줄다리기
결정 장애라는 말이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요즈음 나의 심리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말이 아닐까 싶다.
학기 초에 나의 육체적 정신적 능력이 휴직하는 동안 얼마나 회복되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래도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당연히 복귀를 결정했고 한동안 이게 맞는지 의문을 가지며 집과 직장을 오갔다.
그러면서 적응이 끝나갈 무렵 하루에도 몇 번씩 학교에서 받는 여러 스트레스로 인해 ‘그래, 올해까지가 마지막이야.’, ‘이제 몇 달 남았으니, 참자.’라는 말을 연신 나에게 되풀이하며 주문처럼 외우던 때가 있었다. 아니 요즘도 가끔 그런 나를 보며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곤 한다.
하지만 때론 수업 중에 나도 모르게 몰입되어 열심히 설명하고 가르치면서 에너지를 받는 때도 있고, 해결해야 할 업무를 끝내고 뿌듯함에 기분이 좋아지는 때도 있다. 그럴 땐 또, ‘음…. 이렇다면 일 년 더 해봐?’, ‘딱 일 년만 더 해보고 결정할까?’라고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있다.
어떤 게 나의 진심인지 나도 헷갈린다. 아! 월급날 통장에 찍히는 금액을 볼 때, 잠깐 흔들리기도 한다. 주위 동료들과 말 안 듣고 제멋대로인 학생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다가 또 어떤 날에는 사소한 것으로 수다를 떨고 웃으며 스트레스를 날리기도 한다.
이를 어쩐담. 내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꿈꿨던 삶이 뭔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 건가 싶다.
정말 원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자아실현을 위해서 자신의 직업에 소명 의식을 느끼고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기에 그런 사람들에 비하면 정말 이렇게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은 부끄럽기도하고 죄의식을 얻는 행위일 수도 있다.
그런데 또 어디 우리가 다 그런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경제적 이유로 일을 하는 때도 있고, 어쩌다 보니 지금의 일로 접어든 때도 있고, 지루하고 힘들지만 그래도 꿋꿋이 버티며 사는 때도 있으니, 직업에 대해 누구도 뭐라고 섣부르게 단정하며 말할 수 없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라는 속담같이 내 마음이 떠났으면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야겠다고 다짐했건만 뭔 미련이 이렇게도 남아서 계속 마음이 걸리는 건지 모르겠다.
정말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직업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있어서일지, 그것도 아니면 줄어든 수입으로 남은 삶을 살아내야 하는 걱정 때문인지 결단이 서질 않는다.
직장인의 애환이란 게 이런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