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집과 카페는 뭐가 다른 걸까?
최근에 한 찻집을 다녀왔습니다. 특별히 관심이 있어서 다녀왔다던가 그런 것은 아니고, 같이 간 일행이 궁금해하던 곳이었습니다. 바 형식의 기다란 테이블에 착석하고, 차의 이름과 산지, 맛에 대한 키워드가 적힌 카드를 고르면 간단한 정과 세트와 차가 제공되는 곳이었죠. 특별한 인상은 없었습니다. 요즘 많이 보이는 티 카페. 딱 그 정도였어요. 그런데 가게를 나오니 일행이 응대가 별로라며 왜 요즘 찻집들은 손님 응대를 소홀히 하냐고, 찻집과 카페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가게의 인상이 흐릿한 것과는 별개로 "찻집과 카페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라는 말이 귀에 꽂혔습니다. 카페도 찻집도 기본적으로는 마실 것과 음용 장소를 제공한다는 것은 똑같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한쪽은 주력이 커피이고 한쪽은 차라는 정도겠죠. 하지만 그럼에도 방금 전에 다녀온 곳은 찻집이라기보단 티 카페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그 차이는 왜일까요? 한 번 곰곰이 생각해봐야겠다 싶어서 이 글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차는 대접하는 문화입니다. 금전이 오가긴 합니다만, 차 문화는 손님을 대접하는 양상에 가깝습니다. 그 '대접'의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는 가게마다 사정이 다르지만요. 보통은 손님을 한 분 한 분 받고,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를 하거나, 같이 차를 마시기도 합니다. 안부인사를 묻기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오래 차를 마셔왔을수록 이러한 주고받기가 자연스럽습니다. 사장님 잘 지내셨죠 요즘 어떠세요? 차는 무엇으로 내드릴까요? 등등.. 대화를 나누고 자연스럽게 연이 닿습니다. 판매나 마케팅의 일환일 수도 있지만, 새로운 차를 내주기도 하시고 어떤 때엔 다식도 나눠주십니다. 그것이 결코 대단하거나 큰 것이 아니더라도, 이곳에서의 자신은 존중받는 객이 되는 겁니다. 모든 가게가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기본적으로는 (직접 우릴 수 있음에도) 차는 팽주*가 우려 주는 것 그리고 내가 손님이 된다는 일종의 롤플레이가 암묵적으로 합의된 형태가 주류였던 것이죠.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은 곳도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메뉴를 적당히 골라 앉으면 다기와 차, 보온병이 제공되고 알아서 우려서 마시는 티 카페가 종종 보입니다. 이 경우에 제품은 제공되지만 필연적으로 동반되었던 역할 규칙이 사라짐과 동시에 응대 서비스 또한 부재가 되었습니다. 이런 것이야 암묵적인 합의였을 뿐 강제가 아니므로, 그렇게까지 큰 문제는 아니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응대가 사라지면서 동시에 차를 직접 우려야 하는 상황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당연히 커피도 차도 우려내주는 사람에 따라서 맛이 다르고, 손님은 전문가(혹은 그에 준하는 이)가 우려 주는 것을 마시기 위해서 온 것입니다. 그런데 눈앞에 놓인 것은 다구 세팅입니다. 물론 원두나 다른 제품과는 다르게 일회성이 아니기 때문에 손님이 원하는 만큼 우려 드실 수 있게 하기 위해 다구로 내준다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마시기만 하면 되는 완성된 음료랑만 비교해도 서비스의 부재를 느끼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단적으로 예를 들어보자면, "다듬은 식재료를 준비해 두었으니 직접 요리해 드십시오."라고 말하는 가게에 가면 우리는 어떤 기분을 느낄까요?
응대하지 않고 차를 우려 주지 않는 것. 이것이 찻집과 티 카페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문화의 본질을 완전히 전복시키는 행위임과 동시에 서비스 그 자체의 질적 하락.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가져옵니다. 여러 찻집을 탐방해 보는 기존의 고객들에겐 체감이 크겠죠.
평소에 먹지 못하는 것, 맛있는 것, 특별한 공간에서의 독특한 시간을 갖고자 한다면 특별히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때에 맛이나 품질에서 특별히 뛰어나지 않다면, 컨셉이 그저 그렇다면, 차를 우려 주는 서비스가 부재한다면, 특별히 차 우리기가 커다란 이벤트가 아닌 사람이라면, 도대체 이곳은 찻집으로서의 어떠한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인가? 차를 취급한다는 것 외에 무슨 차별화가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에 가닿습니다. 자릿값만 받아서 저렴하기라도 하면 모를까요. 혼자만의 시간을 조용히 보내고 싶어서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만 이용하고자 한다면 또 납득이 갑니다. 하지만 뷰가 특별히 뛰어난 것도 아니고, 엄청나게 맛있는 고급 차를 취급하는 것도 아니고, 디저트가 줄 서서 먹는 파티셰리만큼 대단한 것도 아니라면 단순히 차를 취급하고 있는 것만으로는 전혀 차별화되지 못합니다. 그럴 것이라면 그냥 맛있는 디저트와 찻잎을 사서 집에서 먹는 게 훨씬 맛있습니다. 찻집이라기보단 그 근본이 카페에 가깝기 때문에, 수많은 카페와 같은, 다른 가게와는 다른 무언가를 어필해야만 하는 위치에 놓이게 됩니다. 뭐 그건 가게의 사정이지만요. 손님의 입장으로서는 [찻집]이라는 이름으로 한 데 묶인 가게들 사이에서 자신이 원하는 곳을 찾아내야 하는 사태에 놓인 것이죠. 이곳이 찻집인지 티 카페인지.
이런 걸 세대가 바뀐다고 해야 할지 변화를 감지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실제로 차를 아주 최근에 입문한 지인은 찻집에 들어가면 사장님들께서 말 거시는 게 무척 불편하다고 합니다. 그냥 카드나 메뉴판에서 적당히 고르고 마실 것만 제공됐으면 좋겠다는 주장도 있고요. 카페 문화가 좀 더 익숙한 분들에게는 오히려 찻집의 응대 서비스가 부담스럽다는 것이죠. 그동안의 차 문화가 대중적인 커피 문화와의 괴리가 컸기 때문일까요? 이것들이 합쳐지는 과도기에 놓여있다고 느낍니다.
무엇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사업이란 건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구분한 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더하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구체화시키는 작업이니 말입니다. 어떤 방식이든 자신이 하고 싶을 것을 명확히 한다면, 코드가 맞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방문하겠죠. 개인적으로는 티 카페든 찻집이든 아예 없는 것보다는 늘어나는 게 좋긴 하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확실한 건, 만약 그곳이 찻집이라면 차는 우려 줬으면 좋겠습니다. 첫 번째 단 한 포만이라도요.
저희는 손님이니까요.
*팽주: 차를 우려서 내어주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