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교시 시작할 때 우리 반 사랑(가명)이가 나를 부른다.
"선생님! 머리띠랑 가방이 없어졌어요."
1교시에 체육관에 갔다가 나오는 길에 바닥에 떨어진 걸 보았다. "개인 물건 챙겨라"라고 말하고는 아이들 데리고 교실에 왔더니. 사랑이는 챙기는 걸 깜박했나 보다.
3시간이 지나 말을 한다. 잘 찾을 수 있을까. 5교시에는 <탐험> 교과서 시장에서 팔 물건 만들기를 하고 있었다. 아이클레이를 쪼물닥 거리는 아이들 손이 즐거워 보인다. 한 명만 빼고. 체육관에 보냈다.
"선생님 체육관에 없대요. 급식소 분실물 모아둔 데 가보라 하는데요."
급식소에 다녀온 사랑이 목소리가 흐릿하다.
"핸드폰 잃어버리면 누구 책임이니?"
위로 대신 책임론부터 꺼냈다. 5교시 수업에 내가 집중이 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사랑아 나중에 수업 마치고 같이 체육관 가보자."
우선 교무실에 전화를 했다. 교감선생님은 교무실에 누가 가져오면 연락 주겠다고 말씀하셨다. 아이들 물건 만드는 동안 전체 시간표를 찾았다. 체육관 사용하는 학반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내가 찾은 건 체육 수업 시간표였지 체육관 사용 시간표는 아니었다. 아직 우리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건가. 갑자기 찾으려니 폴더도 보이지 않는다.
예상은 3,4학년이 체육관을 썼지 싶은데 전체 학반에 메시지를 넣기로 했다. 어쩔 수 없다. 5,6학년은 점심시간이니 메시지 받아도 수업 방해는 되지 않을 터. 미안하지만 1,2,3,4학년에 피해를 주기로 했다.
3학년에서 챙겨둔 모양이다. 누구 것인지 모르기 때문에 연락 올 때까지 보관하고 있었나 보다. 어쩌면 3학년 중에서 놓친 건 아닐까 생각하고 꼼꼼하게 챙겨두었을 수도 있다. 사랑이가 하교하기 전에 핸드폰 가방을 찾아서 다행이다. 가방과 머리띠를 돌려받은 사랑이는 아이클레이로 만드는 수업에 다시 집중했다.
이 일을 계기로 세 가지를 생각했다.
첫째, 쓰지 않았다면 놓칠 글감이었다.
둘째, 물건 찾는 전체 메시지가 들어와도 너그러워져야겠다는 마음 가졌다.
셋째, 나의 지시가 아이들에게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재확인했다. (물건 챙겨라라고 말한 후 다시 확인해야 한다는 점)
1학년을 맡고 있지만 고학년에게 말하는 습관이 여전히 남아 있다. 조금 더 눈높이를 낮춰야겠다. 3학년에서 우리 반까지 핸드폰 가방을 가져다준 친구에게 고맙다. 마음 여유라도 있었다면 비타민이나 젤리라도 줄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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