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미 Sep 26. 2024

정신 면역력 결핍의 시대

바이러스는 나를 강하게 만들지


외부미팅 끝나고 사무실로 들어가는 차 안에서 나눈 대화인데, 정리해두고 싶어서 남기는 글.


인상적이었던 TV쇼 이야기가 나왔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먼 나라에 있어도 클릭 몇 번이면 얼굴을 볼 수 있는 세상, 심지어 세상을 떠난 사람까지도 AI를 통해 대화를 할 수 있는 세상. 이런 발전된 세상에서는 점점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사라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움.

생각해보면 나도 '아, 이게 그립다는 감정이구나'라는 감정을 제대로 느껴본 건 딱 한번이었다. 그 감정을 느꼈을 때, 낯설었다. 괴로우면서도 새로운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 신기하게 다가왔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땐 당황스러워서 그리움이 몰아치는 그 장소에서 급히 떠났던 기억이 있다.


오늘 아침에 읽었던 책의 문구 중 '슬픔, 기쁨, 질투, 분노, 사랑, 고마움, 미안함' 이런 모든 감정은 사람이 갖있는 자연스러운 마음이기 때문에 어떤것도 좋음과 싫음으로 분리하지 말고 받아드려야한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그래, 나도 그 때 도망치치 말고 내 마음을 꼼꼼히 살펴주었으면 어땠을까.


이야기는 이어졌다.

기술의 발달이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빼앗아버린 것 처럼, 풍요의 세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절박함'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얘기였다.


절박함.

나는 언제, 어떤 것에 마지막으로 간절했던가. '사는 게 다그렇지 뭐'라는 건조한 평화 이면에는 내가 달려나가야할 목표를 세우지 않고 그저 중간 정도의 에너지로 터덜터덜 걸어가는 내 모습이 있다. 사실 절박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해 사용되는 에너지는 생각만해도 피곤하다.


그러고 보니 늘상 '힘없다', '피곤하다', '에너지가 없다'라고 하는데 과연 일이 많아서 그런걸까?


사람들은 휴대폰만 켜면 손쉽게 도파민을 충족할 있기 때문에, 번만 클릭하면 고민하지 않아도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에- 굳이 무엇인가에 도전하거나 스스로 길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일이 힘들어서 에너지가 없는 아니라, 애써 절박하게 에너지를 내야만 하는 가치있는 목표가 없는 거다. 목표를 찾고 느껴야할 시간을 뺏기고 있다.


과도한 풍요와 어느정도 거리를 둘 줄 아는 지혜.

직선도로가 있어도 가끔은 돌아갈 줄 아는 여유.

이런 것들이 나를 강하게 만들고 성장하게 하는 구나라는 느꼈던 시간.


작가의 이전글 별거아닌 행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