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미만 사업장 노동자가 노조 하려면?

부산노동권익센터 소식지 기고

by 배성민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마트월드 지회장은 2025년 연말 징계해고 통보를 받았다. 사측은 노동조합 활동에 앞장섰던 지회장을 1월 14일 날짜로 해고했다. 마트월드는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부당해고가 돼도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가 없다. 현장이 처음부터 5인미만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마트월드는 부산에서 처음으로 대형마트(이마트)가 들어왔던 상가건물이다. 783개 점포가 있고 480명의 소유주가 영업을 하고 있다. 주로 산업용품 공구 상가가 많고 전자제품, 잡화 및 가구 상가 등이 있다.

마트월드 관리단은 상가 입점주들의 연합으로 마트월드 전체를 관리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점주들 중심으로 관리단을 구성하여 회장을 뽑고 운영에 필요한 일을 매달 관리위원회 회의를 통해 결정하고 있다. 관리단 소속 노동자는 주차관리 5명, 사무직 2명, 시설전기관리 8명이 채용되어 있다. 용역업체 소속으로 미화 경비 노동자들이 있다. 주로 관리단 노동자들의 역할은 건물을 관리 운영하는 일이 주된 임무였다.

2020년 노동자들은 관리단 내부의 다툼 때문에 4개월 동안 임금을 받지 못했다. 내부 다툼으로 임금뿐만 아니라 전기세까지 미납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지역 기자들이 앞다투어 보도했다. 덕분에 노동자들은 체불 임금을 지급받았지만 사측은 정규직을 용역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다. 용역전환은 참을 수 없어 2021년 정철진 씨와 노동자들은 민주일반노조 부산본부에 가입했다.


2021년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하자 사측은 용역전환 결정을 철회하고 노조와 단체교섭에 나선다. 하지만 관리단 내부 갈등으로 인해 회장 자리가 공석으로 되면서 단체교섭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결국 2022년까지 단체교섭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관리단은 새로운 회장을 새우지 못했다. 2023년 새로운 회장이 뽑혔지만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단체교섭 해태로 고소장을 날리고 지방노동위원회 조정 절차를 활용하여 설득 끝에 단체교섭장에 나오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단체교섭은 잘되지 않았다. 회장이 직접 단체교섭장에 나오지 않고 결정권이 없는 소장과 단체교섭을 진행했다. 소장은 자신은 결정권이 없다며 사사건건 회장과 상의한다며 단체협약 체결을 차일피일 미뤘다. 노조가 양보해서 합의점을 찾아도 소장은 일반 기업과 달리 마트월드는 입점주들의 총회를 통해서만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며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다. 안타깝게도 현행법상 단체교섭에만 출석하면 체결하지 않는다고 처벌하는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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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노조는 단체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쟁의행위를 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쟁의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지방노동위원회 조정절차를 거쳐야 했다. 단체교섭장에서 지방노동위원회 조정신청서를 제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니 사측은 즉시 용역전환을 결정하겠다고 협박했다. 조정신청서를 노조에서 제출하자 사측은 관리단회의를 통해 용역전환을 결정했고 일부 조합원들을 회유해 노조를 탈퇴하게 했다.

정철진 지회장과 지회 조직부장 딱 2명만 현장에 남게 되었다. 사측은 두 사람에 대해 용역전환하지 않으면 해고하겠다며 입장을 발표했고 지회장과 조직부장을 끝임 없이 회유했다. 두 사람은 끝까지 버티며 투쟁했고 결국 용역전환을 하지 못했다. 대신 전기실에 일하는 노동자를 업무지원팀에 배치하여 청소 업무를 대신하게 했다.


업무지원팀에는 별도의 팀장이 없었다. 마트월드는 오래전에 미화와 경비 노동자를 용역전환 했다. 황당한 사실은 용역업체 미화팀 팀장이 정규직 노동자인 업무지원팀 지회장과 조직부장에게 업무지시를 했다. 부당전직에도 조합원들은 굴하지 않고 묵묵히 버텼다. 반면 사측은 업무지원팀 조합원들에게 업무 강도를 높이고 힘든 일을 시키며 스스로 나갈 것을 회유했다.

회유에 넘어갈 조합원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었다. 조직부장이 어머니가 아파 가족 돌봄 휴가를 냈다. 사측은 조직부장을 끊임없이 회유하며 퇴사하면 실업급여까지 챙겨주겠다고 약속했다. 설득에 넘어갈 조직부장이 아니었지만 가족이 병으로 힘들어하자 조직부장은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한 목돈이 필요해 퇴사를 선택했다. 알고 보니 사측이 집요하게 조직부장을 퇴사시키려는 이유가 따로 있었다. 당시 마트월드는 정규직이 6명 남았다. 그중 조합원이 2명이었는데 2명만 더 퇴사를 하면 5인미만 사업장으로 만들 수 있었다. 결국 집요한 회유 끝에 조직부장이 퇴사를 결정했고, 알바로 쓰고 있던 노동자도 사측이 정리하며 2025년 1월 1일 마트월드는 5인 미만 사업장이 되었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부당해고를 당해도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없다. 주 52시간제가 적용되지 않고 연장/야간/휴일 근로 가산수당, 연차휴가 등도 받지 못한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도, 차별적인 처우를 당해도 노동청과 노동위원회에 문제제기를 할 수 없다. 그 이유는 근로기준법 제11조 1항에 ‘이 법은 상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 또한 사업장에 적용한다’고 정하면서 같은 조 제2항은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일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5인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을 구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을 넣을 수 없는 정철진 지회장은 민사소송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생각했다. 뜻밖에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5인미만 사업장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인정한 사례를 발견하였다.

2020년 경기지방노동위원회(경기2020부해2196)는 아파트 관리 업무를 하는 5인미만 사업장 노동자 3명에 대한 해고를 부당해고로 인정했다. 마트월드 관리단과 같이 아파트관리자대표는 해고를 쉽게 하기 위해 경비 미화 설비 노동자 14명을 용역업체에 외주화 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아파트관리단 소속 노동자가 5인 미만 이라더라도 현장에서 일하는 상시근로자는 용역근로자 포함하여 17명이라 판단했다. 심지어 근로기준법 제11조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근로기준법 적용제외가 위헌이라는 결정도 하였다. 지방노동위원회 판결로 법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의미가 있는 결정이었다. 이 판단은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을 회피하기 위한 외주, 용역을 한다면 부당하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정철진 지회장은 먼저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문을 두드릴 예정이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5인미만 사업장 노동자 문제를 인정한 만큼 부산에도 가능하게 만들고자 노력할 예정이다. 단지 본인 복직에만 머무르진 않을 것이다.


현재 민주노총 부산본부에 5인 미만 사업장은 마트월드지회가 유일하다. 일부 개별조합원 중 5인 미만 사업장에 일하는 경우가 있으나 노조활동을 본격적으로 진행한 곳은 마트월드뿐이다. 지회장은 근로기준법이 보장되지 않는데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는 근로기준법을 바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도 차별 없이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면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고 한다. 민주노총이 해야 할 역할은 근로기준법을 어떻게든 바꿔 놓는 일이다. 지회장은 자신의 투쟁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이 노조에 문을 두드릴 수 있는 발판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은 이재명 대통령 대선 공약 사항이며,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5인미만 사업장 쪼개기 관행을 단속하고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근로기준법 적용을 확장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법 개정 논의가 안 되고 있고, 2027년 전 해고된 노동자들 소급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다.


마트월드 정철진 지회장의 투쟁을 시작으로 전국에 숨죽이고 참아왔던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자. 2027년까지 기다릴 수 없다. 지금 당장 차별 없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쟁취하자!


4432.jpg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위한 청와대 앞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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