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복종은 일터의 질을 나쁘게 한다.

단체행동으로 회사가 망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by 배성민

"이곳은 함께 일하는 곳입니다. 우리의 일터를 위협하지 마십시오. "


외국어교육지회 이주노동자 동지들이 울산의 모 어학원에서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6차 단체교섭 중 한국인 노동자들이 위 문구가 적힌 플랜카드를 들고 교섭장에 나타났다. 전에도 어학원 앞에서 집회를 하면 한국인 노동자들로부터 연락을 받곤 했다. 학원이 문제가 없는데 왜 노조가 나서서 집회를 해서 자신의 일자리를 위협하냐는 거다. 하지만 직접 얼굴을 드러내고 플랜카드를 들고 나온 경우는 외국어교육지회 역사상 처음이다.


사용자 대표는 한국인 노동자들이 교섭에 참관하여 위협을 하면 우리가 주눅이 들 줄 알았던 것 같았다. 최초 1차 교섭에 이미 교섭위원을 정해두었고, 사측이 교섭위원 추가하는 문제에 대해 늘 반대했기 때문에 한국인 노동자 참관을 허용하지 않았다. 다른 장소에 옮겨서 교섭위원들과 교섭을 했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 말이 곱게 나올 수가 없었다. 사측도 지난 6차례 교섭 동안 단체협약 안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고, 심지어 노동자 한 명을 해고시켰다. 결렬을 때리고 단체행동을 하겠다고 통보했다. 사용자 대표와 교섭위원은 조합원들 옷을 잡아당기며 제발 이야기 좀 더 들어달라고 애걸복걸했지만 조합원들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당차고 교섭장을 나갔다.


노조의 단체교섭은 한국인 노동자 일터를 위협하지 않는다. 우리는 무리하 임금 인상 요구를 하지도 않았다. 사측에게 제시한 것은 부당해고 철회, 연차 사용 자유롭게 하는 것, 근무시간 외 노동에 대한 보상, 휴게시간 요구 등이었다. 만약 노조가 단체협약을 체결하면 한국인 노동자들에게도 적용되는 주요한 문제였다. 그들이 노조 요구안을 제대로 살펴봤는지 의아했다.


한국인 노동자들을 노조를 혐오하는 혹은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라고 욕하고 넘어갈수도 있다 그러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그들의 자발적 복종은 오히려 일터의 질을 나쁘게 한다는 사실이다. 만약 노조가 단체행동을 포기하면 한국인 노동자들은 휴게시간도 없이 근무 외 노동을 해도 보상을 받지 못하고 연차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고 회사의 요청에 따라 강제로 쉬어야 한다. 그리고 현재 한국인들만 가짜 3.3% 프리랜서로 등록이 되어 있는데 이 부분도 영원히 바꿀 수 없을 것이다.


일터를 위협하는 것은 사측의 탐욕과 착취다. 노동조합 단체행동 만이 현장의 노동자들의 일터를 바꿀 수 있다.


조만간 집회 소식도 전할 것 같다. 부산을 넘어 울산까지 영어강사 이주노동자들이 투쟁에 돌입한다. 많은 연대 부탁드린다! 투쟁!


(사진 밑에는 한국인 노동자 이름과 얼굴을 드러내고 교섭을 참관하기 위해 앉아 있는 모습이 있다. 황당한 상황이지만 조합원들의 투쟁의지를 불태웠던 올해의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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