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맨 보다 스스로 역량을 공유하는 활동가

외국어교육지회 선전 부장이 떠나다.

by 배성민

외국어교육지회 선전 홍보를 담당했던 율리아 동지가 고향으로 떠난다. 한국의 노동운동을 기억했으면 하는 마음에 <현장의 힘> 책을 선물했다.


2023년 가을 태종대지회가 투쟁을 시작할 때 율리아 동지를 태종대 현장에서 처음 만났다.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영어강사를 하러 왔다가 노동운동을 하고 싶어 노조에 가입했다고 했다.


그날은 영어를 잘하는 청년조합원이 나에게 동지들을 소개해주고 인수인계를 하는 날이었다. 한 마디 말을 걸지 못하며 긴장한 나를 율리아는 한국말 할줄 안다며 말을 걸어왔다. 영어 공부 별거 아니라며 매일 꾸준히 하다보면 잘 될거라고 용기를 줬다.


현장 조직 체계를 갖추고 간부들 역할도 나눴다. 율리아는 확고했다. 소셜미디어와 홍보물 제작을 하는 역할만 하겠다고 했다. 지회장이 조합원 소통도 하면 어떨까 라고 제안했지만 대쪽같이 거절했다. 처음에는 관계에서 선을 긋는다 오해했다. 알고 보니 자신이 할 수 있는 역량을 솔직히 고백하고 책임감 있게 해내는 사람이었다.


2024년 연차수당 문제로 기자회견 할때 율리아는 마스크와 온 몸을 가리며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했다. 지회장과 조직부장처럼 F비자를 가진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가 갔다.


시간이 지날 수록 적극적으로 변했다. 스스로 부산영어방송에 신청하여 노조활동을 알리기 위해 라디오에 출연하기도 하고, 부산퀴어 집회에 연대하며 발언을 하기도 했다. 마스크를 벗고 당당히 말이다. 그가 맡은 선전 작업도 칼같이 해냈고, 누구도 시키지 않았는데 현장 소식지도 발간했다.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한국에서 했던 노동운동을 캐나다와 연결하기 위한 활동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율리아를 통해 뭐든 하겠다는 에스맨들 보다 스스로 역량을 조직에 공유하고 묵묵히 해나가는 활동가의 미덕을 알게 되었다.


그 동안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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