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박정훈

《현장의 힘 : 신라대 청소노동자와 함께한 114일》추천사

by 배성민


8월에 나올 《현장의 힘 : 신라대 청소노동자와 함께한 114일》(배성민)에 실을 '추천사'입니다. 책 나올 때까지 몇 차례 홍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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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박정훈(라이더유니온 위원장)


고2 때 운명처럼 배성민을 만나 세상 바꾸는 일을 평생 함께하자고 약속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멀어져 각자의 길을 갔다. 다른 길을 간 줄 알았는데 신기하게도 이 책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나는 배달노동자의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에서, 그는 신라대 청소노동자의 투쟁 현장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으로 만난 배성민은 집회에서 발언자의 이름을 제대로 소개하지 않아 조합원에게 혼이 나고 있었다, 겨울철 농성 들어가면서는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아 덜덜 떨면서 밤을 새웠다. 사람 참 안 변한다. 이런 지독한 무심함은 내가 그와 멀어지는 작은 계기였다. 그러나 온갖 타박에도 우직하게 자기 역할을 해내는 모습 또한 변하지 않았다. 이것이 내가 그리고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이 그와 함께한 이유일 테다.


최근 연세대 학생 3명이 ‘임금 440원 인상 및 정년 퇴직자 인원 충원’ 등을 요구하며 집회 중인 청소노동자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20대 남성, MZ 세대의 문제라는 둥 통속적인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대학생 대부분은 청소노동자를 ‘사회적 약자’로 인식해 투쟁에 지지와 응원을 보내는 것으로 안다. 다만, 새파랗게 젊은 학생에게 모욕당하는 어머니가 아니라 머리에 붉은 띠를 매고 총장실을 점거하는 민주노총 조합원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청소노동자의 투쟁은 정당하고, 폭력적인 민주노총 조합원의 투쟁은 정당하지 않다는 어설픈 도덕론으로는 노동조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시각은 청소노동자를 여전히 수동적이고 순수한 피해자로 가둔다. 노동조합은 법에 보장된 최저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사회적 약자가 만든 것이 아니라, 회사의 주인인 노동자가 법 이상의 더 많은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이 책의 가치가 여기에 있다. 배성민이 만난 청소노동자들은 ‘불쌍한 어머니’가 아니다. 청소노동자들은 골수 학생운동권 출신의 조직부장보다 전문적인 투쟁 경험이 있다. 냉철하게 점거 계획을 짜고, 방송에 적극적으로 인터뷰하길 원하며, ‘일못’인 그를 다그치는 투쟁 전문가다. 20대의 배성민은 아마도 노동자를 지도하는 활동가를 꿈꿨을 테다. 그러나 30대의 그는 조직된 노동자들에게 지도받고 혼나는 “초짜” 노동운동가다. 이 재미있고 통쾌한 이야기를 읽으러 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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