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힘> 출간 가족 파티를 하다
"우리 집은 단체교섭이 잘돼서 투쟁까지 안갔다!"
아버지가 <현장의 힘>을 읽고 하신 말씀입니다.
3일 토요일 가족들과 출간 파티를 했습니다. 아버지께서 완독 하셔서 책에 대한 의견을 많이 주셨습니다. 저를 보자 말자 "단결 투쟁!"이라고 외치며 하루 종일 투쟁 투쟁하셨습니다. 학습 효과가 대단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노동운동 사회운동의 힘을 제대로 느끼신 게 아닌가 싶어 뿌듯했습니다.
무엇보다 아버지가 책을 읽으시고 노동운동의 세밀한 절차에 대해 빠삭하게 알게 되어 인상 깊었습니다. 제일 많이 웃었던 말은 우리 집은 단체교섭이 잘되어서 투쟁까지 안 갔다는 말입니다. 어머니랑 다툴 때마다 이야기로 잘 풀어서 큰 싸움을 하지 않았다는 뜻을 노동운동에 비유해서 잘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책 내용을 일상생활에서 써먹으시는 독자의 모습을 보니 저자로서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신라대 청소노동자들 또한 가정을 책임지는 부모로서 가정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끝까지 싸움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는 말을 하셨습니다. 해고는 살인이고 인간에게는 최소한의 기본권을 사회가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셨습니다.
반면 어머니는 책 내용을 보고 울컥했던 부분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추운 겨울 신라대 본관 로비에서 아들이 난방장치도 없이 하루를 보냈다는 이야기가 짠하게 느껴지셨다고 했어요. 제가 그런 부분이 걱정될까 봐 서문에 "뉴스에서 대규모 집회가 나올 때면 마음 졸이며 걱정하는 부모님에게 감사한다"라고 적었다 했습니다. 결국 어머님은 눈물을 터트렸습니다. 과거에 제가 부모님 속을 많이 썩였던 순간이 떠오른다며 참았던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2009년 용산참사로 철거민과 경찰이 죽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참사 이후 서울까지 올라가서 집회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운 나쁘게 연행을 당해버렸습니다. 당시 제가 20대 초반이고 주민등록 주소가 집이라 어머니 앞으로 약식명령서가 날아가버렸습니다. 약식명령서를 확인하시고 저에게 화를 냈지만 가족들에게 비밀로 하겠다며 다음엔 조심해라고 말씀하시며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그때 혼자 마음을 썩이며 고통스러워했었다고 털어놓으셨습니다.
"너 잡혀간 거 아빠한텐 비밀로 했다" (용산참사 연행 후 가족 이야기 오마이뉴스)
아들이 잘못될까 봐 걱정 많이 하셨지만 결혼도 하고 열심히 살아줘서 고맙다며 울음을 멈추셨습니다.
가족들과 함께한 출간 파티는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환대를 받은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현장의 힘> 책 한 권이 부모님에게 작은 선물이 된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