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탄압이면 우리는 미담이다' 연재를 시작하다

<너희가 탄압이면 우리는 미담이다> 1편

by 배성민

민주노총은 2월 7일 대의원대회를 통해서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에 맞서는 7월 총파업을 결의했다. 너희가 탄압이면 우리는 항쟁이다라는 모토를 걸고 2023년 전면 투쟁을 선언했다. 언론에서는 민주노총은 늘 분노로 가득 찬 모습만 보여준다. 올해는 정부가 앞장서서 노조를 탄압하기 때문에 더더욱 폭력적인 모습을 부곽 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쟁과 함께 여론을 움직이는 작업이 올해는 꼭 필요하다. 작은 노동조합 상근자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현장에서 뒹굴면서 알게 된 소소한 미담을 풀어볼까 한다. 김장하 선생의 이야기 <줬으면 그만이지>라는 책을 쓴 김주완 기자는 나쁜 놈을 찾아 단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분을 찾아 알리는 것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고 말했다. 노조에서도 좋은 분들과 미담이 많다.


건설노조에서 최근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바꾸 건설현장’이라는 제목으로 웹포스터와 유튜브 영상을 만들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노조탄압을 비판하면서도 노조의 필요성을 국민께 알리는 작업이다. 다른 노조에서도 적극적으로 이런 작업을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 나는 작은 영세 중소 사업장에 일하는 노동자들이 노조로 바꾼 일터에 대해 연재하고자 한다. 제목은 ‘너희가 탄압이면 우리는 미담이다!’이다.


10년간 노조 명함을 품고 다닌 노동자 이야기


2022년 신규로 노조에 가입한 A대 국립대 현장이 있다. 신규 현장이었지만 단결된 행동으로 사측을 꼼짝 못 하게 하였다. 아직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했지만 현안문제와 임금협약은 합의해 성과를 얻었다.

신규 현장 사람들이 왜 이렇게 노조에 열정적인가 싶었는데 그 이유를 임금협약 타결 직후 듣게 되었다. 노동조합 활동이 처음이 아닌 사람이 한 사람 있었다. 2010년 경 민주노총에서 현장을 방문해서 노조 가입으로도 이어졌다. 가입을 힘차게 했지만 같이 가입한 사람들이 퇴사와 병가 등의 이유로 빠지는 바람에 혼자 남게 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노동조합을 탈퇴하지 않고 몇 년간 조합비를 냈다고 한다. 보통 돈이 아까워서 조합 활동이 되지 않으면 조합비를 내지 않게 된다. 혼자 남아 조합비를 꾸준히 낸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일해보니깐 부당한 일이 너무 많더라고요. 잠시 동안이지만 노조 가입하고 사측 태도가 다르다는 걸 체감했어요. 그 후에도 계속 사람들을 노조 가입하도록 꼬셔봐야지라고 생각했죠."


혼자 남아도 주변 사람들을 설득해서 다시 현장을 재건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노동조합 가입에 대한 의지는 놓지 않았다고 했다. 다시 노조에 하겠다는 마음을 접지 않고 노조 명함도 버리지 않았다. 그 명함의 전화번호가 현재 부산일반노조 위원장 번호였고, 10년 만에 부산일반노조와 연결되어 2022년에 현장이 재건되었다.


노동조합 가입만으로 바뀌는 현장


A 대는 국립대로 2019년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으로 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현장에 비해 고용이 보장되어 있으니 노조에 적극적일까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정규직 전환되어 고용은 안정되었죠. 근데 주말, 휴게시간 가리지 않고 일을 시키고 임금은 쥐꼬리만큼 주고 있어요. 그리고 정년 되고 나가면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고 계약직으로 채용하더라고요. 고용 보장되었으니 학교 위해서 죽도록 일해라고 떠밀고 있어요.”

현장 조합원과 첫 상담 후 충격을 받았다. 국립대에 소속된 노동자들은 그래도 법은 지킨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휴게시간에 일을 시키고 아무런 대가도 없었다.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휴업 조치를 했는데 휴업수당 70%를 주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미화 노동자들에게 기숙사 건물 청소와 수백 개가 되는 방청소도 시키고 있었다. 기숙사 식당 조리원들은 주말을 가리지 않고 일하며 부족한 인력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었다.


근로기준법 제46조 제1항에 따라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의 평균임금 70% 이상의 휴업수당을 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제2항에는 사용자가 노동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을 경우 휴업수당을 70% 미만으로 지급할 수 있다.(휴업수당 감액 승인 제도)


현안 문제를 정리해 학교 측에 단체교섭을 요청했다. 교섭을 요청했을 뿐인데 학교의 입장은 전향적으로 바뀌었다. 1주일간 휴게시간에 일을 시킨 것에 대해 1일 유급휴가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리고 휴업수당에 대해 노동부에 문의한 결과를 보여줬다. 미화노동자 기숙사 방청소 또한 올해부터 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았을 때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학교가 노조 가입 후 변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답변이 미흡했기에 만족할 수 없었다. 학교가 어려워 임금인상이 어렵고 단체협약에서 제안된 처우개선 또한 받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더 강하게 밀어붙이자고 제안했다. 휴업수당에 대해서 노동청 진정을 넣고, 지방노동위원회 조정회의를 신청하였다.


“코로나 때 1주일 동안 휴게시간에 강제로 일했는데 하루 쉬게 해 주는 게 말이 됩니까. 임금으로 지불하던가 법원에서 처벌받던가 둘 중에 하나로 정리합시다. 불법으로 사람 쓸 때는 언제고 휴가 줄테니 먹고 떨어지라는 거 아닙니까.”


근로기준법 제110조에 따르면 휴게시간에 시간을 부여하지 않으면 2년이하의 징역과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6월에 시작한 교섭은 11월 3일 지방노동위원회 조정회의를 통해 임금협약과 현안문제에 대해 극적 타결했다. 휴게시간 노동에 대해서는 학교는 사과를 하고 연장수당과 특근수당까지 붙여 임금을 지극하겠다고 합의했다. 미화 노동자들은 더 이상 기숙사 방청소를 하지 않고 건물 청소에 집중하게 되었다. 또한 조리원 노동자 또한 식수 인원에 따른 적정인원 배치를 약속받았고 인원배치의 권한을 현장 대표자가 할 수 있게 되었다. 하계, 동계 유급휴가를 각각 2일씩 얻어내기도 했다. 다만 휴업수당의 경우 노동청은 노동자가 동의한 부분에 대해서 인정하여 70% 이하로 지급된 임금이 잘못 없다고 판단했다.


<현장의 힘: 신라대 청소노동자와 함께한 114일>에서는 투쟁을 통한 직접고용 쟁취 이야기를 다뤘다면, 이번에는 노조 가입만으로 바뀐 현장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A대 현장은 노조 가입만으로 몇 년간 골머리를 쌓았던 문제를 해결했다. 현장에서는 노조 간부인 나의 공이 컸다고 했지만 노조에 가입한 그 용기가 현장을 바꿨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는 남아 있다. 아직 단체협약을 맺지 못했다. 노조 활동을 위한 근로시간면제 제도와 징계위원회 구성 문제 등으로 입장을 좁히지 못했다. 그리고 노동자 정년퇴직으로 새롭게 채용된 인원을 정규직이 아닌 단기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기숙사 청소일이 방학 때는 학생들이 많이 나가 일손이 적어 학기 중 3개월만 채용하고 있다. 점점 고용 또한 불안정해지고 있다.

또한 현장 조합원들 모두 정규직이지만 정규직 내에도 차별을 두고 있다. 회계직과 회계계약직 등으로 나눠서 기본급과 연봉을 차등해서 지급하고 있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을 주지 않는 상황이다. 올해는 차별 없는 임금과 안정된 인력과 고용을 쟁취하기 위해 A대 현장 노동자는 노조 활동에 앞장설 예정이다.

photo_2023-01-25_22-55-51.jpg 건설노조가 바꾼 현장 웹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