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탄압이면 우리는 미담이다 - 2편
건설노조에서 최근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바꾸 건설현장’이라는 제목으로 웹포스터와 유튜브 영상을 만들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노조탄압을 비판하면서도 노조의 필요성을 국민께 알리는 작업이다. 나는 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 사무국장으로 영세 중소 사업장에 일하는 노동자들이 노조로 바꾼 일터에 대해 연재하고자 한다. 제목은 ‘너희가 탄압이면 우리는 미담이다!’이다.
노동조합에 일을 시작하고 부산시와 지자체 구군에 민간위탁된 사업장 교섭을 맡았다. 공공기관의 민간위탁 사업장인 만큼 단체교섭이 수월할 거라고 생각했다. 전직 노조 간부들도 A사 현장은 노조에 가입한지 오래되어 내가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현장에서 알아서 정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섭은 치열했다. 말이 통하지 않아 고성이 오갔던 살벌한 현장이었다.
A사는 기술 발전에 따라 사양사업으로 전락한 현장이었다. 정규직 노동자는 계속 줄고 있고, 일이 많은 시기에 계약직을 채용하여 일을 처냈다. 임금 인상을 위한 단체교섭에서도 대표이사는 우는 소리를 했다.
“직원들 잘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습니다. 하지만 회사 일이 줄고 있는 분위기 속에 임금 인상 쉽지 않으니 올해는 동결로 부탁드립니다. “
지금까지 교섭을 해본 모든 곳 현장 대표는 회사가 어려워 임금은 동결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A사도 마찬가지였고 평범한 중소영세사업장과 다름없었다. 문제는 현장 교섭에 대표이사의 가족들이 출동하면서부터 불거졌다.
A사는 대표이사의 가족들이 업무에 참여한다. 대표이사의 딸과 사위를 이사로 채용하여 현장과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다. 현장 조합원들도 대표이사의 딸과 사위는 오랫동안 함께 일해서 일면식이 있었다. 하지만 교섭에 대표이사의 부인이 참여하면서 분위기가 살벌해졌다.
1차 교섭 자리에서 노조 위원장이 대표이사의 부인이 등장하자 바로 단체교섭 참여자의 자격요건에 대한 일장연설을 하였다. 회사에 월급을 받지 않고 4대 보험에도 등록되지 않은 사람은 교섭에 참여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대표이사는 2022년부터 부장으로 인사명령을 내렸다고 했지만 부장의 임금과 4대 보험 가입에 대해서는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위원장은 2차 교섭 때는 교섭위원으로 부인은 배제시킬 것을 요청했다.
2차 교섭부터는 위원장에게 위임을 받아 사무국장인 나와 현장 조합원들이 참여하여 교섭을 진행했다. 1차 교섭 때 신신당부를 했지만 대표이사 부인은 교섭위원으로 참가했다. 그리고 대표이사는 출석하지 않고 부인과 딸에게 위임을 하였다. 현장 대표인 지회장은 1차 교섭 때 요구했던 대로 부인의 임금과 4대 보험 가입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했다. 부인은 엉뚱한 이야기를 하며 소리를 치며 이야기를 했다.
“아니 자발적으로 회사가 어려워 돈도 안 받고 일을 하며 교섭도 참여하겠다는데 이게 무슨 법 위반입니까. 노조는 뒤로 빠지시고 우리 현장 사람들과만 이야기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교섭장에서 빠져야 할 사람은 노조 관계자뿐이네요.” - 대표이사 부인
노동조합을 부정하는 말을 현장에서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자격도 없는 사람이 교섭에 참여해서 노동조합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게 말이 됩니까. 여기서 빠져야 할 사람은 자격이 안 되는 당신 밖에 없습니다. 당장 빠지시죠. 안 그러면 교섭 진행 안 하고 우리 하루종일 여기 앉아 있을 겁니다.” - 현장 지회장
결국 대표이사 부인은 울먹거리며 퇴장했다. 퇴장하면서도 마치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남성들이 여성을 윽박지르고 괴롭히는 것도 문제 아닙니까. 이런 폭력적인 교섭 분위기를 조성한 노조 관계자 당신(사무국장)이 문제야!”라고 소리 질렀다. 노동조합을 부정하는 말을 그냥 넘어갈 수 없어 다시 교섭장에 들어오면 부당노동행위로 회사 앞에 집회를 개최한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200만 원의 임금과 4대 보험 가입을 하고 나타나다
2차 교섭에 살벌한 분위기 속에 교섭위원 논쟁은 정리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3차 교섭에도 대표이사 부인이 교섭위임장을 들고 나타났다. 이번에는 임금 명세서와 4대보험 가입 증명 서류도 지참했다. 떳떳하게 나타났지만 사측은 노조의 트랩에 말려들었다. 현장 지회장은 바로 공수를 전환하여 공격모드로 나갔다.
“회사 어렵다고 하면서 이렇게 쉽게 사람 채용 가능한 거였습니까. 회사 어려우면 사람을 새로 쓸 수 없는 거 아닙니까. 임금 인상에 대해서는 동결을 이야기하면서 가족 채용은 쉽게 하네요. 이거 언론에 제보하면 문제라고 세상 사람들이 손가락질한 이야기입니다. 더 이상 임금 동결 명분을 잃은 것 같은데 인상 안을 제시해 보시죠.” - 현장 지회장
결국 대표이사 부인은 노조 공격에 말려들었다. 임금 인상에 대해 동결을 주장할 수 없어 명절 상여금 인상안을 던졌다. 명절 상여금 70만 원에서 74만 원을 올려주는 것이 마치 큰 선심을 쓴다고 말하며 조건을 하나 달았다. 정기 상여금을 분기별로 지급하는 것을 12개월 매달 지급할 것을 요청했다. 회사가 어려워 한 번에 목돈을 지급하기 어렵다고 우는 소리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상여금 12개월 분할 지급은 현장에서 동의할 수 없었다. 2018년 최저임금법이 개정되어 매월 지급하는 상여금, 복리후생비 등이 최저임금에 산입 되었다. 한마디로 2018년 이전에는 기본급을 최저임금 이상으로 맞춰야 했지만 법 개정 이후에는 기본급과 매달지급되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2023년 기준 상여금 100,529원 초과 금액, 복리후생비 20,106원 초과 금액)를 산입 시켜 최저임금 이상으로 맞추면 된다는 말이다. 매달 상여금을 지급하겠다는 사측의 말은 임금을 깎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결국 사측의 안은 노조 요구안과 차이가 나서 결렬 선언을 했다. 자율 교섭은 결렬되어 지방노동위원회 조정 신청을 했다. 조정회의에서도 조정위원들이 가족이 공채 없이 무분별하게 채용되는 문제를 지적했다. 그리고 가족 채용 임금 지급할 돈을 노동자 임금인상에 썼으면 하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결국 조정회의에서 노조가 요구했던 요구안을 수정하여 어렵게 합의를 했다.
A사 현장 교섭을 통해 노동조합 단체교섭은 아누나 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회사의 정식절차를 통해 채용되지 못한 사람을 교섭위원으로 앉혀서는 절대 안 된다는 사실 말이다.
A사는 사양 사업으로 향하고 있지만 올해 지자체로 부터 작년 대비 10% 인상된 금액으로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한다. 올해 교섭에서 10% 인상된 금액을 노동자들에게 나눠주지 않고 혼자 꿀꺽할지 확인해봐야 한다.
단체교섭은 아무나 하나! 월급이라도 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