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술사가 심플함을 추구하는 이유

마술사가 심플함을 추구하는 이유



“나는 대리석 덩어리를 보고 그 안에 천사가 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천사를 꺼내기 위해 나머지를 깎아냈다.”

-미켈란젤로




극한 직업, 마술사?

u4567179574_A_joyful_magician_wearing_a_tuxedo_and_top_hat_ra_c46bbce8-6968-431b-bfd0-5d4a918fda84_0.png

마술사가 심플함을 추구하는 이유


극한 직업, 마술사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마술사만큼 극한 직업에 속하는 것도 없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도구를 이용한 공연을 하기 때문에 큰 도구든 작은 도구든 준비 과정은 매우 시간이 많이 걸리며, 힘들다.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도구들이 제때 활용되지 못한다면 공연도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비둘기가 날아가 버린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마술공연의 현실적 제약들

마술사들마다 다르겠지만, 마술공연은 제약도 많다.

야외에 바람이 많이 불거나 360도 펼쳐진 공간이라거나, 아이들이 많은 경우... (웃음) 아이들을 잘 다루는 마술사조차 아이들의 호기심에는 버텨내기가 힘들다.


"왜요?" "아저씨 손 떼봐요." "손 보여줘봐요."


아이들의 순수한 호기심은 때로는 마술사에게 가장 큰 도전이 된다. 그들은 마술의 룰을 모르고, 알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호기심을 막을 방법은 없다.

아직도 마술에 갈 길이 멀어서 그런가. 그런 것에 신경이 많이 쓰이는 나다.


경험이 가르쳐 준 진리: 심플이 답이다

하지만 마술을 오래 하면 할수록 필요한 건 심플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많은 도구로 많은 것을 보여주기보다, 마술도구의 핵심을 아주 간결하게 보여줄 방법들을 찾게 된다는 거다.

이건 쉽게 마술을 하면서도 실수를 줄이며 훨씬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마술이라는 생각이다.


왜 심플함이 더 강력한가?

1. 실수 확률 감소 복잡한 세팅일수록 실패할 포인트가 많아진다. 간단한 도구 하나로 하는 마술은 통제 가능한 변수가 적다.

2. 관객과의 거리 단축 거대한 무대 장치보다는 손 안의 동전 하나가 관객과 더 가까이 만날 수 있다.

3. 순수한 놀라움 집중 화려한 연출에 가려지지 않고, 마술 그 자체의 순수한 마법에 집중할 수 있다.

4. 어디서든 가능 심플한 마술은 장소와 상황을 가리지 않는다. 길거리에서도, 카페에서도, 집에서도.


하나의 도구, 무한한 가능성

많은 도구들을 한 번에 보여주는 것보다 심플한 도구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정말 대단한 능력임에는 틀림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마술도구 하나를 가지고 여러 가지 방법들을 생각해낸다. 마술도구를 보았을 때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도구를 구입하는 편이다.

한 개의 동전으로 할 수 있는 마술만 해도 수십 가지가 넘는다. 사라지게 하기, 늘리기, 줄이기, 변화시키기, 순간이동시키기... 같은 도구라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마술이 된다.


심플함 속에 담긴 깊이

관객들은 모른다. 그 간단해 보이는 동전 마술 하나를 위해 마술사가 몇 년을 연습했는지를. 그 자연스러운 손놀림 뒤에 수천 번의 반복이 있었는지를. 심플한 마술일수록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숨길 장치가 없으니 순수한 기술과 연기력만으로 승부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아름답다. 군더더기 없는 순수한 마법, 그것이야말로 진짜 마술이 아닐까.


마무리: 적은 것이 더 많은 것

마술사로 활동하면서 배운 가장 큰 교훈 중 하나는 이것이다.


"적은 것이 더 많은 것."


복잡한 장치보다는 간단한 도구 하나가, 긴 스토리보다는 짧은 순간의 놀라움이, 많은 기교보다는 진심 어린 한 번의 마법이 사람들의 마음을 더 깊이 움직인다.


일상에서도 통하는 심플의 마법

이런 심플함의 원칙은 마술무대를 벗어나서도 놀라울 정도로 효과적이다.

보고서 하나만 봐도 그렇다. 30페이지 분량의 화려한 보고서보다, 핵심만 담은 3페이지 보고서가 상사의 마음을 더 빠르게 움직인다. 마술에서 불필요한 동작을 걷어내듯, 업무에서도 불필요한 정보를 걷어낼 때 진짜 메시지가 전달된다.


업무 프로세스도 마찬가지다. 복잡한 결재 라인을 거치는 것보다, 꼭 필요한 단계만 남겨두는 것이 더 빠르고 효과적이다. 마술사가 도구를 줄여가며 본질을 찾듯, 직장인도 과정을 줄여가며 핵심에 집중할 수 있다.

심지어 명함이나 이메일도 그렇다. 온갖 장식과 정보로 가득한 명함보다, 이름·직책·연락처만 깔끔하게 정리된 명함이 더 오래 기억된다. 마술에서 군더더기를 빼는 것처럼, 소통에서도 핵심만 남겨두는 것이 더 강력하다. 아이들이 "아저씨 손 보여줘봐요"라고 할 때, 경험이 많은 마술사는 웃으며 빈 손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빈 손에서 마법을 만들어낸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복잡한 도구나 화려한 프레젠테이션 없이도, 단순하고 명확한 것으로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 그것이 진짜 마술사의 힘이고, 진짜 일잘러의 힘이라고 믿는다.


미켈란젤로가 말했듯이, "나는 대리석 덩어리를 보고 그 안에 천사가 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천사를 꺼내기 위해 나머지를 깎아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복잡함 속에서 단순함을, 많은 것 속에서 핵심을, 평범함 속에서 마법을 발견하고 꺼내는 것. 그것이 진정한 예술이자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쓸데없는 질문 3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