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우물을 찾던 날, 물맛이 달았던 이유

사막에서 우물을 찾던 날, 물맛이 달았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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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 우물을 찾던 날, 물맛이 달았던 이유

"이 물은 단순한 음료수와는 달라. 별빛 아래를 걸은 것, 도르래의 노래, 내 팔의 노력에서 태어난 거야. 마음에 들어. 마치 선물처럼."


어린왕자와 사막을 헤매던 조종사가 마침내 우물을 발견하고 물을 마시며 한 말입니다. 신기하죠? 똑같은 H2O인데 왜 어떤 물은 마음까지 적시는 걸까요. 생각해보면 우리도 그런 경험 있잖아요. 등산 끝에 마시는 막걸리가 유독 꿀맛인 것처럼. 시험 끝나고 먹는 라면이 미슐랭 요리 같은 것처럼.조종사와 어린왕자는 밤새 목숨을 건 사막 횡단을 했습니다. 별빛을 길잡이 삼아 모래언덕을 넘고 또 넘었죠. 그리고 해가 뜰 무렵, 기적처럼 우물을 발견합니다. 사막 한가운데 두레박과 밧줄이 달린 진짜 우물이 있었던 거예요. 조종사가 삐걱거리는 도르래 소리와 함께 물을 길어 올렸을 때, 그 물은... 달았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달콤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왜일까요? 물 자체가 아니라 그 물을 얻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 죽을 것 같은 갈증, 포기하지 않은 발걸음, 함께 걸은 시간, 두레박을 당기는 팔의 떨림 - 그 물 한 모금에 다 녹아있었기 때문입니다.


매일 1%씩, 그게 뭐가 대단하다고

최근에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영국 사이클팀 얘기인데요. 100년 동안 꼴찌만 하던 팀이었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새로운 감독이 와서 이상한 짓(?)을 시작했어요.

안장을 1도만 조정하고, 선수들 베개를 바꾸고, 팀 트럭을 흰색으로 칠했대요. 왜냐고요? 먼지를 쉽게 발견하려고요. 별것도 아닌 것 같죠? 근데 이런 1% 개선들이 쌓이고 쌓여서... 이 팀이 올림픽을 휩쓸었습니다.

매일 1%씩 나아지면 1년 후엔 37배가 된다는 계산이 있더라고요. 믿기지 않지만 복리의 마법이랍니다. 어린왕자가 사막에서 한 발 한 발 걸었던 것처럼, 그 작은 걸음들이 결국 우물로 이어진 거죠.

저도 해봤습니다. 거창하게 '매일 책 1권 읽기' 같은 거 말고요. 그냥 '자기 전에 책 펴기'만 했어요. 진짜로 펴기만요. 웃기죠? 근데 신기하게도 펴면 한 페이지는 읽게 되더라고요. 한 페이지 읽으면 챕터 끝까지는 가고... 이게 바로 '2분 규칙'이래요. 시작을 2분으로 만들면, 나머지는 알아서 따라온다는.


과정이 괴로운데 어떻게 즐기라고

솔직히 말해봅시다. 습관 만들기, 개힘들잖아요.

아침 6시 기상? 3일 만에 포기. 매일 운동? 비 오면 스킵. 금연? ...는 내일부터. 우리 다 이렇잖아요. 근데 말입니다, 어린왕자의 우물 이야기를 다시 보니 힌트가 있더라고요.

조종사가 밧줄을 당길 때 도르래가 노래를 불렀다고 했죠? 삐걱거리는 소리가 노래로 들렸다는 거예요. 똑같은 소음인데 누구에겐 짜증나는 소리, 누구에겐 노래. 차이가 뭘까요?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가장 후회하는 게 뭔지 아세요? "인생을 너무 심각하게 살았다"는 거래요. 작은 즐거움들을 놓쳤다고요. 아침 커피 향, 퇴근길 노을, 아이의 웃음소리... 이런 사소한 순간들 말이죠.

그래서 생각을 바꿔봤습니다. 새벽 조깅을 '운동'이 아니라 '나만의 산책'으로. 독서를 '자기계발'이 아니라 '잠들기 전 의식'으로. 이상하게도 부담이 사라지더라고요.


강남역에서 우물을 찾다

오래전 강남역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퇴근 시간, 사람들에 치여 정신없이 걷다가 문득 멈춰 섰어요. 왜 이렇게 바쁘게 사는 거지? 다들 어디로 그렇게 급하게 가는 거지?

그때 한 아저씨가 지하철역 앞에서 하모니카를 불고 있더라고요. 다들 그냥 지나치는데, 한 아이만 멈춰서 듣고 있었어요. 아이 얼굴이... 행복해 보였습니다.

어린왕자가 말했죠. "어른들은 정원에 5000송이 장미를 키우면서도 자기가 찾는 걸 못 찾는다"고. "하지만 그들이 찾는 건 장미 한 송이에도 있다"고.

우리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연봉 올리려고, 승진하려고, 더 좋은 집으로 이사 가려고 바쁘게 사는데... 정작 우리가 원하는 '그것'은 이미 여기 있는지도 모릅니다. 매일 아침 마시는 커피 한 잔에, 점심시간 15분 낮잠에, 퇴근길 좋아하는 노래 한 곡에.


그래서, 오늘 당신의 우물은 어디에?

사막은 넓고 우물은 안 보입니다. 그래도 우린 매일 한 발씩 걷고 있잖아요.

누군가는 매일 일기 세 줄을, 누군가는 스쿼트 10개를, 누군가는 감사 인사 한 마디를. 별것 아닌 것 같은 이 작은 습관들이 언젠가 우물로 이어질 겁니다. 그리고 그 우물물을 마실 때, 우린 알게 되겠죠.

가장 달콤한 물은 우물 속에 있던 게 아니라, 우물을 찾아가는 동안 우리 안에 쌓인 모든 순간들이었다는 걸.

오늘 밤, 당신은 어떤 작은 한 걸음을 걸으시겠습니까? 아니면 이미 걷고 계신가요?

그 걸음이 삐걱거리는 소리로 들리나요, 아니면 노래로 들리나요?


#어린왕자 #작은습관의힘 #일상의발견 #브런치글쓰기 #삶의본질

*이 글은 『어린왕자』, 『Atomic Habits』, 『Life Lessons』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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