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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란 날아오르는 능력이 아니라..

"날아오르는 존재는 길을 묻지 않는다. 그저 계속 변이하며 사라지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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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타는 들판을 가로지르는 것은 끝없는 이동의 무게였다. 오래된 역사적 유산의 부담 아래, 멸종을 피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태하는 존재처럼, 그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주변의 풍경은 전쟁의 악몽 혹은 기술적 고통의 암시를 담은 듯, 잿더미와 자욱한 연기로 가득했다. 적응이라는 유동적인 과정5 자체가 유일한 생존 형태일 뿐, 목적지나 정착점은 없었다. 다만, 몸은 끊임없이 움직여야 했고, 고갈된 에너지 속에서 절망만이 선명하게 새겨졌다. 그것은 마치 존재 자체가 스스로를 끝없이 복사하고 변형하는 시뮬라크라의 무한한 회전목마 같았다. 이 지독한 고독 속에서, 비행이란 자유가 아니라 끝없이 지속되어야 하는 운명이었다.


"정체된 몸으로 세계의 무게를 견디는 것, 그것이 가장 순수한 형태의 재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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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무지 끝, 차가운 산봉우리에 홀로 섰을 때, 방대하게 펼쳐진 풍경이 철학적 순간을 제공했다. 인물은 마치 기계 문명이 선사한 갑옷처럼, 외부 세계로부터 스스로를 분리하고 포함시키려는 욕망이 반영된 무거운 장비 속에 갇혀 있었다. 주변의 광활한 공간은 움직임-이미지(movement-image)의 위기를 겪으며 정지해 있었고, 이 정지된 순간, 내면의 심리적 깊이가 표면으로 떠올랐다. 끝없이 재구성할 수 있는 판타지적 자아 대신, 비로소 하나의 고정된 형태와 목적을 부여하려는 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고독한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 아래, 인물은 자신이 선택해야 할 방향을 찾아 무한한 잠재력속에서 새로운 종류의 성장을 모색했다. 정착할 곳을 선택하는 용기는, 끊임없는 유동성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을 정의하려는 의지였다.


"기꺼이 하나의 좌표가 되기로 결심하는 순간, 모든 고통은 가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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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단한 헬멧 사이로 드러난 얼굴에 눈물과 땀방울이 뒤섞였다. 그것은 고전적인 영웅 서사의 행동-이미지가 아닌, 내면의 미묘한 감정을 표현하는 클로즈업이었다. 얼굴은 깊은 우정과 이별의 아픔, 그리고 앞으로 견뎌야 할 고통에 대한 복잡한 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끝없는 흐름 속에서 유일한 구원의 희망은 외적인 용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용서할 준비에 있음을 깨닫는 순간, 선택의 용기는 완전한 반전을 맞이했다. 마침내 "머무를 별"을 선택한 인물은, 기술로부터 자유로운 관계를 얻는 미야자키의 방식처럼, 새로운 종류의 자유를 획득했다. 이제, 그 선택의 좌표는 사라지지 않을 정체성을 확립하는 행위였고, 그가 정착한 그곳이 곧 역사와 존재의 팔림프세스트위에 새겨질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점이 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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