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 공연을 갈 때에는 장소가 무척 신경이 쓰입니다. 차를 타고 가면 좋은데 주차가 까다롭다면 과감히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아무리 짧은 공연을 하더라도 한가득 준비된 마술 짐은 길을 나서는데 부담이 되지만요. 그런데 비까지 오면 정말로 힘이 듭니다. 도구가 젖으면 공연은 할수가 없으니까요.
비 만큼 힘들게 하는건 습도 입니다. 공연을 시작도 하기전에 땀이 등을 타고 흐르기 시작합니다. 축축해진 상태로 공연을 한다는건 상상도 하기 싫지만 최소한의 짐을 가져 오느라 옷을 놓고 온 탓에 땀을 말릴 궁리만 합니다.
지난번에는 가방 3개를 가지고 출근무렵의 만원 지하철 탔을 때가 기억 납니다. 사람들의 짜증섞인 표정을 피해 고개 숙인채 비집고 들어갔던 기억이 나네요. 잡상인 취급하며 바라보던 그 눈빛에 당당해 질 수가 없었어요. 잘못한게 없지만 고개를 내내 숙이고 있었어요. 저는 이리치이고 저리치여도 마술도구 만큼은 사수하느라 애먹었었죠. 덕분에 그날 공연은 잘 마무리 했습니다. 마술도구들도 제 맘을 알았나 봅니다.
뭐든 화려함 뒤엔 어둡고 슬픈게 있나 봐요. 그럴때 마다 다시 웃을 수 있는게 마술같은 인생인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