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추운 겨울, 바람이 몹시 불던 점심시간 무렵이었다.
"오늘은 어디서 점심을 먹을까?"
여기저기 둘러봐도 특별히 땡기는 음식이 없었다. 무엇을 먹을까 망설이던 중 허름해 보이는 음식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00부페~ 5,000원"
몇가지 음식을 내어 놓고 양껏 담아 먹을 수 있는 이곳은 지나가면서 종종 보던 음식점이었다. 음식의 종류가 많아서 뷔페가 아니라 음식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어서 뷔페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허름해 인테리어도 대충대충한 듯한 내부가 보였다. 가운데에 음식들이 놓여져 있고 양쪽과 뒷편에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 혼자서 온 노인들이 듬성듬성 앉아 있는 것이 눈에 띄였다.
허름한 뷔페라고 해서 음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계란, 소세지, 제육, 야채, 김치 그리고 시래기국이 푸짐하게 놓여져 있었다. 그 앞에는 식판과 수저가 있어 음식을 담기위해 줄을 서야만 했다.
잠시 자리를 둘러보는 사이, 수저와 식판을 들고 줄을 섰다. 내 앞의 깡마른듯한 노인은 조용히 식판을 든채로 자리에 서 있었다. 언뜻 보기에 수척해 보이는 모양새가 며칠을 굶은 사람같이 보였다. 하얗고 거친 피부와 반쯤 벗겨진 머리보다 오래되고 낡은 잠바가 더 눈에 들어왔다. 그는 이제 막 음식을 담으려 하는 차였다.
분명 노인은 음식을 처음 먹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식판을 든채 성큼성큼 걸어가 떡을 식판에 담기 시작했다. 나는 의문을 가지고 그 노인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대부분 식사의 후식으로 떡과 케익등을 담는데 이 노인은 식판에 떡과 약식을 한가득 담는 것이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노인은 식당의 한쪽 구석으로 조용히 걸어들어갔다.
'식사를 며칠 못한 분 같은데, 떡을 먼저 담다니. 밥을 별로 안 좋아하시는 분인가?'
때마침 나도 음식을 식판에 담았기에 우연하게도 그 노인의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한숟갈 뜨면서도 노인에게서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다. 왜 일까. 살짝 곁눈질을 보며 그 이상한 노인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후의 모습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광경이었다.
(2)
노인은 조용히 잠바 안쪽에서 비닐을 꺼내어 식판에 담겨 있던 떡과 약식을 쓸어 담는 것이었다. 비닐을 꺼내는 모습은 아주 능숙해 보였다. 비닐을 툭툭 털어 입구를 펼쳤다. 주변을 훑어 보더니 테이블 밑으로 다 담긴 물건들을 안쪽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더니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음식을 담으려 줄을 서는 것이었다.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놀란나는 오히려 가게 주인 아주머니가 근처에 있지 않나 두리번 거렸다. 혹시 주인 아주머니에게 들키면 어떻게 될까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다행히 주인 아주머니는 주방에 들어가 자리에 없었고, 그것을 알고 있었는지 노인은 음식을 비닐에 담은 것이다.
그제서야 노인은 식판에 먹을 음식들을 잔뜩 담은채로 자리에 돌아왔다. 언뜻 보기에도 많아 보이는 음식들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던 그는 점심과 저녁을 한자리에서 해결하려는 듯 위 안으로 음식들을 끝없이 밀어넣기 시작했다.
그러한 행위를 처음 보았기에 나는 속으로 많이 놀랐지만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다.
허름한 잠바 차림의 그는 음식을 다 먹었는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반납구에 식판을 반납했다.
어쩌면 노인은 어렵게 얻은 5,000원 식사권으로 3일을 사는 그런 사람이지 않았을까?
벌써 10년도 전 이야기이지만, 한 겨울, 뷔페 음식점을 올때 마다 그 노인의 모습이 아른 거린다. 그리고 지금도 미스테리이다. 왜 노인은 비닐에 떡과 약식을 담았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