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의 의미
*어른이 되서야 알게된 것들
(1) 거리를 가득 메운 기쁨의 향연
날씨가 포근해진 어느 겨울 무렵, 거리의 한쪽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유치원 앞에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꽃다발을 든 채 서 있더군요. 유치원 졸업식인 모양이에요.
한손에는 꽃다발을, 한손은 부모님의 손을 잡은 아이들은 졸업식의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신나 있었습니다.
할머니의 손을 잡고 집으로 향하는 아이, 가족들과 함께 유치원을 나서는 아이등 다양한 표정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대견함과 감사함. 엄마의 손을 잡고 유치원 문 앞에서도 헤어지기 싫다고 떼쓰던 아이들이 어느새 의젓해져서는 씩씩하게 유치원을 향해 나서는 모습을 보며 부모님은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요? 유치원 졸업의 의미는 이제 학교라는 또 다른 사회로 한발자국 딛는 새로운 시작이 될 것입니다.
여기저기 호기심으로 둘러 보는 아이들, 졸업의 의미를 이해한다면 유치원 아이들이 아니겠죠. 부모님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마냥 신난 아이들은 꽃 한다발을 드는둥 마는둥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길을 나서는 가족의 뒷모습을 보니 문득 부모님 생각이 났습니다.
(2) 나의 졸업식
초등학교 졸업 무렵 부모님은 학교에 꽃다발을 들고 찾아오셨습니다. 무뚝뚝한 성격의 두분은 어색한 모습으로 동생의 손을 잡은 채였습니다. 저는 친구들과 인사를 하고 못만나는 아이들과는 아쉬움을 다시 만나는 아이들과는 다음을 약속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졸업식은 학교를 끝내고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특별한 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부모님은 졸업식 내내 말이 없으셨습니다. 그날따라 부모님이 참으로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저는 그냥 사람들이 많고 졸업식은 처음이니까 그런가부다 했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부모님에게도 졸업식은 처음이었습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부모님은 졸업이라는 것을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하셨거든요.
일을 해야 해서 초등학교도 간신히 다니다가 만 부모님께서는 그때의 아쉬움을 저를 통해 느끼고 계셨던 거였어요. 부모님은 어색해서 말이 없으셨던게 아니라, 감동이 밀려오셔서 그랬던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