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 공연을 하다보면...

<마술, 어려웠던 기억>


저는 마술사입니다. 사람들에게 신기함을 보여주는 일을 하죠. 마술사는 공연가입니다. 주어진 시간 안에 쇼를 보여주는 일을 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환경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들을 하죠. 즐거운 공연도 있지만 당황스러운 경험도 많습니다.


마술 도구를 활용하고 재치를 보여주고 음악을 사용하죠. 마술에서 음악은 큰 비중을 차지하는 편입니다. 분위기를 휘어 잡는데 일조하기 때문입니다. 마술사들 마다 차이는 발생하지만 저는 마술 공연 음악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여러마디의 장황한 멘트 보다 음악 하나가 집중도를 높이는 경우도 많이 봤고 관객을 좌지우지하는데 도움을 많이 받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음악은 구분지어 준비를 합니다. 어린이 공연에는 동요나 통통 튀는 음악을, 노인들 앞에서 공연 할때는 트롯을 준비하기도 합니다. 30분을 공연하더라도 음악은 10곡 이상을 준비합니다.


음악이 많기에 생각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음악에 맞는 마술을 준비하는 한편 적재적소에 트는 것이 중요하죠. 생각보다 까다로운 작업입니다. 차라리 1시간짜리 팝송 리믹스를 쓰는게 나을수도 있습니다. 리믹스는 언제 음악을 끊어도 좋고 시간 조절을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CD를 가지고 가서 담당자에게 음악을 틀어 달라고 했었습니다. 3분짜리 마술 하나가 끝나면 담당자에게 음악을 끄거나 틀어달라고 했죠. 그때는 담당자와의 호흡이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음악을 잘못틀거나 늦게 틀면 어색한 분위기는 제가 떠안아야 하니까요. 그런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스탭을 데리고 다녀야 하는데 그럴 형편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곤 했습니다. 지금은 핸드폰을 주로 활용합니다. 핸드폰에 음악을 넣으면 음악의 순서를 내가 바꾸거나 컨트롤을 하기 편하기 때문입니다. 블루투스 스피커 좋은거 하나만 있으면 됩니다.


오래 전에 태권도장에 갔는데 무척이나 당황을 한 적이 있습니다. 도구를 셋업하고 여유시간이 20분 정도 남았는데 음악을 확인해보니 핸드폰에 음악 리스트가 사라졌던 것입니다. 레파토리로 준비해 두었던 순차적인 음악이 없어지니 멘붕이 왔습니다. 전날 컴퓨터에 넣어둔 음악과 핸드폰이 동기화가 잘 안된것 같습니다.

원래 준비한 음악대신 기존에 썼던 음악들로 대체하느라 여유를 가질 시간이 없었습니다. 여유있게 대기했다가 공연을 하면 실수가 덜할텐데 그럴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죠. 마술도구는 준비 되어 있지만 적절히 맞는 다른 음악들을 찾아야했습니다. 그렇다고 아무 음악을 쓸 수는 없었습니다. 임기응변을 잘못하면 공연에 막대한 지장을 줄것만 같아 심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결국 음악을 찾느라 공연은 5분 늦게 시작했고, 음악과 마술의 괴리감을 줄이려 했는데 너무 긴장한 탓인지 기억이 안 날정도로 겨우겨우 공연을 마치기는 했습니다.


마술을 하다보면 여러 난관이 봉착하기도 합니다. 마술사의 공연은 마술도구와 연출, 음악등이 잘 어우러져야 합니다. 내가 아무리 마술을 잘해도 도구에 문제가 있다면 실수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공연중 어려웠던 기억중 또 하나를 꼽으라면 전교생 60명이 채 안되는 학교에서 마술 공연을 진행하러 도착했을 때 였던것 같습니다. 알고 보니 지난주에 다른 마술사가 마술 공연을 하고 갔던 것입니다. 주제가 다른 공연이라 요청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주제는 다를지 몰라도 마술이라는 큰 범주안에서는 비슷한 면이 많기 때문에 마술을 재방송하는 효과를 가지고 올 수도 있기에 걱정이 되었습니다. 가급적 기간의 텀을 많이 두는 것이 좋은데 그렇지를 못했던것이죠. 일단 하기로 했으니 도착해서 담당 선생님께 어떤 마술을 했는지 기억나는데로 물어봤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상당수가 나의 액트와 겹친 것을 확인했습니다.


‘사람만 다를 뿐 같은 공연을 하게 될 수도 있겠다’는 오해가 생길 위기였습니다. 다행히 겹치지 않을 만한 여유 도구들이 있어서 마술을 겨우 진행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었던 다른 마술사게 제게 말했습니다. 야외 공연을 앞두고 앞 타임에서 버블쇼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공연자가 분위기를 띄우려 마술공연을 보여주더라는 황당한 이야기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자신이 준비한 마술과 일부가 겹쳐서 부랴부랴 예비 도구들로 레파토리를 바꿔서 진행했다는 것입니다.


마술을 하다보면 여러가지 의외의 상황에 맞닥들이게 됩니다. 상황을 해결하려면 일단 당황하지 말것. 그리고 평소에 남들과는 다른 마술, 나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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