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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묘앞역 할머니의 고기튀김

동묘 앞 역 할머니의 고기튀김



오늘 점심은 뭘 먹지? 

부쩍 추워진 날씨에 옷깃을 저미다가 동묘앞역에 가면 고기 튀김을 판다는 말을 생각해 냈다. 고기튀김? 어떻게 고기를 튀겨서 준다는 말이지? 동묘역에서는 꽤 유명한 음식이라고 하는데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렇게 시작된 발걸음. 동묘 앞 역 5번 출구


구제 옷이 많은 동묘앞역 추워서인지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다.

동묘역 앞 5번 출구로 나가자 널려 있는 옷가지들이 눈에 들어왔다. 구제 옷들. 주인을 기다리는 옷들은 바닷가에 널린 오징어들 마냥 모여 있었다. 추운날씨에 사람이 없는 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추워서 없는걸까? 그놈의 바이러스 때문에 없는 걸까? 안타까운 한숨이 몰려왔다. 





철 냄새 가득한 골목길에는 사람이 없었다.


구불구불한 좁은 골목길을 따라 들어서자, 쇳가루와 공장 냄새가 코로 들어왔다. 기계의 철가루 냄새. 이곳의 공장 노동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어땠을까. 누군들 손에 기름때를 묻히며 일하고 싶겠냐만 묵묵히 주어진 일에 책임을 다했던 그들 덕에 지금의 우리가 이렇게 살 수 있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튀김옆에 놓인 막걸리 병들이 눈에 들어온다.


"드디어 찾았군"


구불구불한 좁은 골목길을 벗어나자 음식점이 한 곳 눈에 들어왔다. 20년 된 고기 튀김집이다. 작은 분식집처럼 생겼는데 떡볶이는 없고 핫도그처럼 생긴 것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옆에 있는 초록색 막걸리 병이 술 안주를 파는 곳임을 직감케 했다. 튀김과 막걸리는 찰떡궁합일까? 속으로 생각하며 안으로 들어섰다.







<일의 고단함을 튀김과 막걸리로 씻어내던 곳>


"고기 튀김이 맛이 있다고 해서요"


어색한 표정으로 할머니에게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그러자 할머니가 무뚝뚝하게 대답한다.


"누가 맛있다고 혀? 먹어봐야 맛을 알지"


할머니의 대답은 오히려 자부심이 묻어난 듯했다. 나의 속없는 말을 이미 할머니는 알고 계셨던 것일까? 점심 시간임에도 내부는 한산했다. 











조촐한 가격의 메뉴


고기튀김 3,000원

고추튀김 3,000원

비빔국수 3,500원




튀김은 3종류이며 고기에 국수와 라면까지 파는 곳이었다. 단촐하고 작은 장소였다. 전부 먹고 싶었지만 가장 유명하다는 고기튀김을 시켰다. 조금 부족할 듯싶어 비빔국수도 같이 시켰다. 새콤달콤한 비빔국수와 고기튀김은 아주 잘 어울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뜨거운 고기 튀김은 처음에 생각했던것과는 달랐다.


고기 튀김이 먼저 나왔다. 그런데 생각했던 고기 튀김이 아니었다. 고기를 덩어리로 튀기는 그런 고기튀김을 연상했었다. 고기튀김은 고기를 얇게 저미고 갖은 야채로 속을 채워 튀김옷을 입힌 것이라고 했다. 마치 두꺼운 만두를 튀긴 것과 비슷한... 튀긴 것을 가위로 먹기 좋게 잘라서 나왔다. 뜨겁게 김이 모락모락 나오는 튀김을 한입 베어 물었다. 생각보다 많이 바삭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부드러운 튀김의 식감이 신기할 정도였다.











만두 같은 고기 튀김. 꽉찬 속이 눈에 들어온다.


"튀김이 생각보다 많이 부드럽네요?"


나의 말에 할머니는 튀김의 비밀은 발효에 있다고 하셨다. 발효된 튀김옷 덕에 많이 바삭하지 않고 부드러운 튀김이 되었다는 것이다. 곧이어 등장한 비빔면. 붉은색이 면이 입맛을 돋우었다. 새콤달콤한 비빔면은 할머니의 손맛이 가득 느껴졌다. 비빔면과 고기튀김은 젊은 사람들이 많이들 찾는다고 하셨다.










고기 튀김은 비빔면에 감싸서 먹어봐야 그 맛을 알수 있을 것이다.


고기튀김을 비빔면에 감싸서 먹어보았다. 고기튀김의 꽉 찬 식감과 새콤한 비빔면이 입안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새콤하면서 달콤하면서 입을 가득 메우는 따뜻함에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할머니와의 대화. 할머니는 등을 돌린채로 말을 하셨다. 내가 싫어서가 아니라 어색해서 였을 것이다.


식사를 다 마칠 즈음 나는 할머니에게 물었다.


"여기서 일하신 지 오래되셨겠네요?"


"몇십 년 되었지. 여기서 자식들도 다 키웠지"


"그러면 이제는 쉬실 때도 되시지 않았어요?"


"자식들이 공무원이지만 돈이 없어. 자식들한테 손 안 벌리고 내 돈은 내가 벌어야지"


할머니는 여전히 자식들 걱정이었다.











할머니가 덥썩 주신 튀김 한덩어리에 행복해진 하루.


"할머니 잘 먹었습니다."


계산을 하고 일어서려 하자, 할머니는 튀김 하나를 싸주며 말했다.


"튀김 남은 거 하나 싸줄 테니까 가면서 먹어."


혼자 온 내가 안쓰러워 보이셨는지 할머니의 손길에 따뜻함을 느끼고 말았다.


할머니 오랫동안 건강하세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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