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그냥 퍽퍽한 카스테라가,

아주 가끔 너무나도 지칠 때 생각이 나.

by 뱅울

어릴 땐 동네 빵집 아무 데나 길을 걷다 들어가는 모든 곳에 자글자글 머핀컵에 꽉 차게 들어앉은 노란 카스테라가 있었다. 고급진 모양새의 나가사키 카스테라도, 또잉또잉 대왕카스테라도 없었던 그 시절의 이야기다.


엄마의 아빠를 무척이나 사랑했다. 어린 시절 모든 칭얼거림을 다 받아준, 다 커서도 무릎을 베고 누울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 나에게 다정함이란 어떤 것인지 알려준 사람. 손이 크고 웃을 때 눈가 주름이 너무 멋있었던, 못 만드는 것이 없었던 사람.

그리고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 그 사람은

카스테라를 좋아했다.


할아버지는 내가 기억하는 동안에는 공원이나 학교 앞에서 솜사탕을 파는 솜사탕 할아버지였다. 나는 늘 친구들 앞에서 솜사탕 할아버지의 손녀인 것을 최대의 자랑으로 생각하고, 학교가 끝나면 교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는 할아버지를 보러 와다다 달려갔다.

솜사탕을 사는 친구들 틈을 비집고 오토바이 옆으로 쏙 들어가면 색색이 설탕을 담아놓은 통이 정면으로 보이고 할아버지 옆에 찰싹 붙어 서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하굣길에 그 자리에 들어가 할아버지를 맞이할 때 마다늘 내 손을 꼭 잡아주었다.

오늘은 어떤 일이 있었느냐고, 잘 놀고 왔느냐고, 공부는 잘했느냐고 매번 물어봐줬고, 무언가 안 좋은 일이 있어서 표정이 안 좋은 날에는 별다른 물음 없이 손을 더 꼭 잡아주었다. 그게 나에게는 너무 큰 응원이 됐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는 내가 다니는 초등학교 앞을, 중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는 중학교 앞을.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는 하굣길의 중간에서 기다렸다가 나를 만나고 가고는 했다.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는 요일이 되면 하굣길이 더욱 즐거웠다. 이제와 보니 사랑이 가득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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