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에 드는 스튜디오 찾다 찾다 못 찾아서 방구석에서 아이폰으로 셀프촬영
모든 임산부들의 로망이라는 만삭사진! 나도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었으나, 낯선 미국 땅에 1+1이 되어 오면서 집 찾으랴, 새 일과 환경에 적응하랴 너무나 정신이 없었고 이제 막 미국 입국 3개월을 찍었는데 그 동안 정말 너무 많은 일이 있어왔고 이제 겨우 상황이 정리가 되어 만삭사진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이제 조금 숨통이 트여 다시 브런치에도 글을 꾸준히 쓸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그 동안 일어난 일들을 간추려보고 이에 대해 글을 쭉 써보려고 한다. 독자들에게는 예고편이며 나에게는 리마인더인 3개월 간의 사건사고(?)들:
- 미국 온지 사흘만에 응급실행 (충격: 아기를 지키고 이를 하나 잃었다)
- 집 찾기
- 애기아빠랑 양육비 잠정 합의
- 임신 중/말기 상태에서 산부인과 검진센터 찾기 (충격: 그냥 간다고 다 받아주는 것이 아니다)
- HR이랑 출산휴가(Maternity Leave) 조율 (충격: 미국에는 "출산휴가"가 없다)
- 일리노이주 운전면허 따기 (충격: 일리노이주는 해외 운전면허증 교환이 안된다)
하여튼, 최근 운전면허 취득을 마지막으로 왠만한 정착 사항들은 다 관리가 된 바람에 긴장이 확 풀리면서 만삭사진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Chicago maternity studio / photoshoot 등의 키워드로 구글검색을 신나게 해보았는데, 역시 한국 친구들의 K-만삭화보를 많이 봐온 나의 눈에 미국식 사진촬영은 너무 자연스럽거나, 너무 인위적이거나 등의 극단이어서 적당히 세련되고 적당히 자연스러움을 원했던 내 취향에 맞는 스튜디오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한국인 작가가 운영하는 스튜디오를 찾긴 했지만 위치도 너무 멀고, 비용도 비용인지라 내가 무슨 세기의 영화배우도 아니고 그냥 적당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집에서 핸드폰 삼각대에 세워서 찍어보기로 했다. 잘 나오면 세상에 공개하면 되고 이상하면 혼자 보면 되니까!
스튜디오 비용을 아끼는 대신 예쁜 마터니티 원피스를 구해야겠다고 생각하여 온라인쇼핑 여기저기를 돌아다녀봤는데, 맘에 드는 소재나 디자인을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 단순한 블랙 드레스였으면 했는데 마터니티로 잠깐 입을 옷을 몇백불 주고 사기에는 좀 애매했고, 그렇다고 또 석유냄새나는 심각한 싸구려가 배송오는 일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적당하게 괜찮고 예산에 맞는 옷을 찾기가 힘들었는데, 마침 GAP에서 세일을 하는 마터니티 목폴라 미니드레스를 찾아서 옳다꾸나 하고 결제. 세일 중이라 20달러 언저리로 구매했다.
벽면이 깨끗한 방 한쪽을 치우고 핸드폰을 삼각대에 올려 타이머를 설정하고, 얼굴에 대충 이것저것 찍어바르고 원피스 입고 집에 있던 구두 신고 36주 임산부 셀프 홈 만삭사진을 찍어보았다.
방구석에서 찍은 사진이라 빛이 얼룩덜룩하게 들어오고 뭐 프로페셔널한 관점에서는 전혀 좋은 사진이 아니겠지만 옷값 20달러로 퉁친 만삭촬영치고는 매우 만족한다 (끄덕). 또 흑백 필터 입히면 왠만하면 멋있어보이기 때문에 문제 없다 (끄덕). 혹시 몰라 아침에 메니큐어 페니큐어까지 받았는데 사진에서는 잘 안 보이는 듯 하지만, 이런 미세한 꾸밈이나 청결은 했을 때 보이지는 않지만 안 했을 때에는 바로 눈에 띄더라, 그래서 메니큐어 페디큐어도 대만족... 이면 옷값 20불 + 메니페디 80불 = 100불로 퉁친 만삭촬영 만세!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아기 요람침대도 준비가 되었고, 주변에서 이런저런 선물을 많이 해줘서 벌써 아기 인형들이 한가득이다. 너무나 감사한 사람들.
임신한 상태로 찍은 사진이 많지가 않은데, 이렇게라도 만삭사진을 찍었으니 다행이다. 나중에 아기한테 너 엄마 뱃속에 있었을 때 저렇게 동그랗고 커다랬었다며 보여줄 사진이 생겼다. 이제 남은 한 달도 건강하게 지내고, 곧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