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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수정 Sep 03. 2023

나의 첫 유럽 여행기   (Feat. 독일 교환학생)

제12편 - 루체른 여행

스위스 두 번째 목적지인 루체른!


취리히에서 루체른까지는 약 1시간밖에 안 걸리기 때문에 취리히의 당일치기 여행을 끝내고 저녁 늦게 루체른에 도착했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는 백패커스 루체른점이었다.

호스텔인 만큼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가득했다.


우리가 묵었던 4인실 방에도 파리에서 온 친구 두 명이 더 있었다.

이스라엘에서 파리로 교환학생을 온 친구였는데, 우리도 교환학생이었기에 공통된 관심사로 나눌 이야기가 참 많았다.

그래서 밤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에 들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이렇게 짧은 만남을 가지고 헤어지는 경우가 참 많다.

나는 정이 많은 사람이라 사람들과 헤어지는 걸 무척 힘들어했는데, 여행을 다니면서 이것도 익숙해졌다.

사람들과 헤어질 때 항상 하는 말인 '나중에 다시 보자'라는 인사말은 다시 만날 희망을 만들어주고, 또 영원한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 호스텔은 무척 잘 꾸며져 있었고, 곳곳에 한국의 흔적도 남아있었다 :)

타국에서 한국과 관련된 물건을 보면 괜스레 정이 가는 것 같다.

무척 좋았던 이곳에서의 단점 하나를 얘기하자면, 시내와 조금 거리가 있었다는 점이다.

시내와 조금 떨어져 있어서 약 20분 정도 버스를 타야 했고, 구석진 곳에 있어서 찾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바로 앞에 큰 호수가 있어서 온전히 자연을 즐기고 싶다면, 여기서 하루 머무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이제 루체른 시내로 출발!

루체른에 오면 꼭 와야 하는 카펠교 다리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지붕이 있는 목조 다리로 많은 관광객들이 이 다리를 보기 위해 루체른에 온다고 한다.

다리에서 보는 루체른 시내의 풍경은 정말 예뻤다.

(이런 뷰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이러한 뷰를 예쁘다고 생각할지 아니면 익숙해져서 별 감정이 없을지 궁금하다. 나는 바다가 있는 도시에 살고 있어서 바다를 보면 별 감흥이 들지 않는 것처럼 이 사람들도 별 감흥이 없으려나?)

유럽에 오면 꼭 먹어보고 싶었던 스타벅스 펌킨 스파이시 라떼!

이름처럼 스파이시한 맛도 있어서 처음에는 살짝 충격을 받았는데, 나중에는 적응이 돼서 결국 다 마셔버렸다.


그런데 맛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건 바로 가격이다.

이 라떼 한 잔이 9유로 넘었는데, 스위스의 물가를 체험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카펠교 근처에 장이 섰길래 한 바퀴 돌며 구경도 했다 :)

시내 위로 올라가면 무제크 성벽이라는 곳이 있다.

이곳을 올라가면 루체른 전경을 볼 수 있다고 해서 가기로 했다.

올라가는 길에 걸려있던 귀여운 인형 :)

여기를 올라갈 때 계단이 많고, 경사가 높아서 무척 힘들었다.

그런데 올라가는 길에는 여러 동물들이 있기 때문에 구경하며 갈 수 있어서 재미있게 올라갔다.

그리고 신기하게 생긴 소도 구경했다.

여전히 이름은 모르겠지만, 엄청 신기하게 생겨서 자꾸 소에게만 눈길이 갔던 기억이 난다.

여기까지 올라오면, 이제 저기 보이는 성벽 안으로 또 올라가야 한다.

올라가는 길은 힘들었지만, 위에서 올려다본 전경은 무척 아름다웠다.

창문이 곳곳에 있고, 나머지는 다 벽이라 온전한 전경을 보려면 창문 가까이 가야 했다.

그래서 조금 답답한 감은 있었지만, 그래도 사진으로 예쁜 전경을 담아냈으니 만족한다 :)


이렇게 언니와 무제크 성벽까지 함께 둘러본 뒤, 따로 각자 시간을 가져 루체른을 둘러보기로 했다.

내가 무제크 성벽 다음으로 가고 싶었던 곳은 바로 빈사의 사자상이다.

HELVETIORUM FIDEI AC VIRTUTI

이것은 프랑스혁명 때 전사한 스위스 용병들을 기리기 위한 사자상이라고 한다.


사실 루체른에 오면 꼭 가야 하는 관광지라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왔는데, 막상 이 사자상을 보니 표정에서 애절함이 그대로 느껴져서 마음이 아렸다.

어떻게 사자의 애절함을 잘 표현할 수 있었는지 참 신기했다.

빈사의 사자상을 보고 나오는 길에 찍은 사진

루체른은 힐링 여행이었기 때문에 참 여유로운 마음으로 돌아다녔는데, 그때의 여유로운 분위기가 잘 드러나는 사진이라 마음에 든다.

빈사의 사자상 다음으로 갈 곳이 딱히 없어서 구글지도에 찍혀 있는 호수에 가기로 했다.

'Rothsee'라는 곳이었는데, 시간도 많아서 걸어가기로 결정했다!

나는 파란색을 좋아하기 때문에 파란색 건물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열심히 걸어가던 중 알록달록한 색깔들로 페인트가 칠해진 건물들도 봤다.

Rothsee 호수로 걸어가는 길

이때만 해도 어떤 길이 나올지 상상도 못 하면서 걸었다.

분명 구글지도를 따라가고 있는데, 이 길이 맞나 싶은 의심이 계속 들었다.

점점 깊숙한 숲으로 들어가길래 위험할 것 같아서 계속 갈까 말까 고민을 했다.


그래도 여기서 돌아가기엔 너무 아쉬울 것 같아서 그대로 걸어가기로 했다.

열심히 더 들어가니 아름다운 호수를 마주할 수 있었다!


날씨가 좋진 않았지만, 그래도 확 트인 호수를 보니 마음이 뻥 뚫리는 듯했다.

게다가 운동하는 사람도 많았어서 내가 괜한 걱정을 했고, 여기까지 안 내려왔으면 이 아름다운 풍경을 못 봤을 테니 정말 아쉬웠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이 순간 느낀 거지만, 역시 사람은 도전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앞에 어떤 아름다움이 펼쳐질지도 모르는데, 걱정과 두려움 때문에 도전하지 않고 포기한다면 앞으로도 어떠한 것도 얻지 못하며 후회만 남는 삶을 살 것 같았다.

그래서 인생을 살면서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공원 벤치에 앉아 잠시 쉬다가 무제크 성벽 쪽으로 다시 가기로 했다.

이번에도 구글지도에서 알려주는 길로 걸었는데, 주택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길에서 귀여운 고양이와 꼬마 소녀를 마주쳤다.

나는 독일어를 못하고, 이 친구도 영어를 못해서 둘 다 소통할 순 없었지만, 고양이와 놀며 우리 둘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고양이, 소녀와 헤어지고 난 이후로도 쭉 주택가가 이어졌다.


지금 생각하면 새로운 길을 도전해 본 게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 또 내가 루체른의 주택가를 돌아볼 날이 있을까?

멀리서 보이기 시작했던 무제크 성벽!

다른 길(주택가)로 걸어왔더니 반대편 쪽으로 도착을 했다.

이쪽으로 오니 아까 보지 못했던 전망대도 있어서 구경했고, 지나가는 분께 부탁하여 사진도 찍었다!

그렇게 나 홀로 루체른 여행을 마친 뒤에 언니가 있던 스타벅스에 왔다.

여기서 간단한 디저트를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다시 루체른 시내를 구경하기 위해 나왔다.

마지막까지 알차게 구경을 끝마친 루체른!


이제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이탈리아 밀라노였다.

플릭스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해야 했는데, 가기 전에 맡겨둔 짐을 찾기 위해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짐을 챙기고 나오면서 숙소 앞에 있던 호수와 공원을 구경하고, 밀라노에 가기 위한 플릭스 버스를 타러 갔다.


스위스 취리히와 루체른 모두 하루 정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구석구석 다니며 알차게 보낸 것 같다.

다시 스위스에 오게 된다면, 이 두 곳은 오지 않을 것 같다.

한번 경험이면 충분한 도시인 것 같고, 나중에는 융프라우나 그린델발트를 가고 싶다!


이제 밀라노 일정은 다음 글에서 이어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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