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이직] 당신의 이직 사유는
전략인가, 도피인가

다른 지옥으로 도망친다고 해서 천국이 되지는 않는다

by 배성모


주변을 보면 유독 이직을 입에 달고 사는 1~5년 차 직장인들이 있다.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이직의 사유는 대부분 비슷하다.


"급여가 적어서", "복지 조건이 안 좋아서", "출퇴근이 너무 멀어서", "사장이 마음에 안 들어서", "상사가 매일 트집을 잡아서", "사무실 분위기가 삭막해서."


안타깝지만, 이들의 이직은 십중팔구 실패한다. 이직의 동력이 전략이 아니라 현재의 불편함을 회피하려는 도피이기 때문이다. 감정을 걷어내고, 스스로 내세운 그 핑계들을 시장의 장부에 올려놓고 계산해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급여와 조건. 회사는 직원의 소원을 들어주는 요술 램프가 아니다.

돈을 더 받고 싶은가? 그렇다면 냉정하게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 먼저다. 본인은 정말 그 돈을 받을 만한 희소성과 능력을 갖추었는가? 복지가 훌륭하고 급여까지 높은 꿈의 직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본주의는 등가교환이다. A라는 복지가 좋으면 B라는 조건이 나빠진다. 워라밸이 좋으면 연봉 상승률이 낮고, 연봉이 높으면 개인의 시간과 에너지를 갈아 넣어야 한다.


상사와 사장. 그들은 실무자의 고객이지 친구가 아니다. 사장이 막말을 하고 상사가 매일 트집을 잡는가? 다른 회사에 가면 이상적인 멘토가 이직자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가? 실상은 정반대다. 그들은 직원의 노동을 돈을 주고 구매하는 사람이다. 상사의 트집은 실무자의 납품 퀄리티에 대한 고객의 클레임일 확률이 높다.

사장과 친분을 쌓으려 들지 말고, 건조하게 계약된 납품만 완수하는 것이 기본이다.


출퇴근 거리와 분위기. 그것은 스스로의 선택이었다. 출퇴근 거리가 멀어 비효율적이라고 불평하지만, 팩트는 이것이다. 입사 당시 본인의 시장 가치로는 그 정도 위치의 회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사무실 분위기가 삭막하다면 누군가에게는 오히려 일에만 집중하기 좋은 환경일 수 있다. 주어진 환경에 적응할 방법을 찾지 않고 환경 탓을 하는 것은, 스스로 문제 해결을 포기하겠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연차가 쌓인 이들은 다를까?


"10년 이상 일했는데 이 회사는 나랑 안 맞아. 이직해야겠어." (불가피한 건강이나 환경적 요인은 배제한다.)


위험한 착각이 바로 여기에 있다. 만약 한 곳에서 10년을 버티고도 원하는 위치에 가지 못했다면, 그것은 회사가 안 맞는 게 아니라, 본인의 전략적 실수다.


반대로 10년을 공들여 원하는 위치에 올랐다면? 이직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지금 누리는 편안함은 개인의 실력 때문만은 아니다. 10년간 그 회사에서 쌓아 올린 사내 정치, 인간관계, 익숙한 시스템이라는 인프라의 몫이 더해진 결과다.

누군가의 달콤한 사탕발림이나 막연한 기대감으로 이직하는 순간, 인프라를 버리고 제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직하려는 새로운 회사에는, 이미 10년을 버티며 자신만의 영토를 구축한 포식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새로 진입한 이방인이 되어 그들의 밥그릇을 위협하는 순간, 친절했던 사탕발림은 끝나고 생존 게임이 시작된다.


이직은 막연한 희망으로 던지는 주사위가 아니다. 내 장부의 적자와 흑자를 정확히 계산하고, 내 무기가 다른 전쟁터에서도 통할지 검증하는 경제적 결단이다.

현재의 지옥을 통제할 능력이 없는 자는, 다른 지옥에서도 살아남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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