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왜 변죽만 울릴까 (1)
왜 핵심을 알아듣지 못할까.
EPISODE 1.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의 겨울방학이 곧 다가온다. 방학이 본격적으로 오기 전에 필사적으로 머리를 쥐어짜서 알뜰살뜰한 계획을 세워두려고 한다. 평소에 학기 중에는 좀 부족했던 영어 회화나 집이나 학교에서 잘해주지 못하는 토론수업 과학실험 자아성찰 캠프 같은 여러 좋은 경험들을 시켜주고 싶다.
그러나 사교육 시장이 워낙 방대하고 돈이 된다고 생각하니 여러 이름 모를 캠프들도 난무하다. 서울대에서 진행되는 D 캠프라고 하는데 포스터도 너무 멋지고 좋아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서울대와는 상관이 없는 업체에서 장소만 빌린 캠프였다. 비인가 국제학교들의 캠프, 유학원 진행 해외캠프까지 합치면 이제 뭐가 뭔지 모를 카오스 속에서 헤매게 되기 딱 좋다.
그 혼돈 속에서 내가 회사 일을 쪼개고 잠을 쪼개가며 명문고로 유명한 용인외고에서 진행하는 캠프를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얻은 바가 있었고 즐거워했다는 후기들을 읽어가며 이번 방학에는 이걸 신청해 보면 어떨까? 반쯤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3주 숙박하는 캠프라서 어느 정도 목돈이 들어가서 괜찮을까 고민이 되어 남편과 상의를 하고 싶었다.
'좀 있으면 건이 겨울방학인데 3주 정도 숙박하는 캠프 보내보면 어떨까?'
'가격 얼만데?'
'숙박이랑 밥 먹는 거 다 포함하니까 3백 정도였나?'
'그렇게 비싸?
아니 나 때는 그런 캠프 하나도 없었는데 요새는 왜 그렇게 이런 캠프들이 생기는 거야? 그런것들 다 돈 벌라고 하는 거 아니야?'
'그건 내가 그 주최 측이 아니라서 모르겠고 나는 안 궁금하네'
'3백만 원 에다가 한 300명 받으면 9억이네? 와 씨'
그만하자.
내가 뭘 기대하나.
나는 이 캠프가 초4 아들이 3주나 집에 안 오고 혼자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것인데 이런 적이 없는데 괜찮을지.
수학 학원은 다 빠지고 가는데 수학 학원에서 미리 보충을 다 받아놓고 가라는데 무리스럽진 않은지.
목돈인데 반해 그만한 가치가 있을지.
다른 좋은 대안은 또 없을지.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러나 남편은 그 자리에서 처음 들어본 캠프가 업체가 그냥 다 돈 벌라고 하는 짓이라고 열내며 강변했고 한 달 만에 9억을 번다는 사실에 어이없어했다. 그 말인 즉슨 남이 그저 돈 벌려고 하는 짓에 너는 왜 놀아나냐 이런 말로 들려왔기 때문에
'그만하자. '
라고 내가 대화를 중단해버렸다.
남편은 늘 내가 나누고자 하는 말의 주제를 비껴가서 이상한 곳에서 변죽만 울린다. 그러기도 힘들 것 같은데 달은 안보고 손가락만 보고 손짓 발짓하며 열변을 토한다. 우리 집 남편만 그런 걸까 혹시 그런 거라면 너무 슬픈데.
차라리 다음번 대화에는 내가 아예 가이드라인을 좀 주면서 시작해볼까 싶다. 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