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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지 Jan 05. 2022

정의와 부정의에 대하여

로빈후드는 과연 정의로운자인가

어렸을때 디즈니 만화영화 시리즈를 무척 좋아했다. 단연 미녀와 야수나 인어공주처럼 사랑물들도 좋아했지만 알라딘이나 라이언킹과 같은 권력다툼 이야기들도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그 중에서 디즈니 특유의 흥겨운 노래나 멜로디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야기만 기억에 남은 만화가 있는데 바로 로빈후드다. 


로빈 후드와 존은 멋져보였다. 멍청하고 찌질한 왕으로부터 금화를 잔뜩 훔쳐서 배고픈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정의로운 로빈 후드. 그 얼마나 멋진가! 게다가 로빈은 얼굴도 멋지고 활도 잘쏘고 똑똑하고 유능했다. 내가 공주래도 사랑에 빠지지 않고는 못배길 그런 멋진 캐릭터였다. 배고프고 가난한 백성들은 금화를 받아들고 로빈후드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눈물을 흘렸다. 금화를 받아쥔 사람들은 로빈후드를 찬양했다. 


오늘자 뉴스에서는 전 국민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설 전에, 최소 인당 백만원씩은 나눠주는 것이 맞다는 대선 후보 발표가 보인다. 코로나로 쓰러져가는 민생을 살리기 위해서는 신속하게 백성들에게 돈을 나눠주어야 한다고 한다. 당장 거리두기를 위한 9시 영업제한을 기약없이 하면서 생활고에 허덕이던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랬겠다. 수시로 남발하는 재난지원금 이외에도 백성들에게 선심을 쓰는 공약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재원은 한정 되어있는데 자꾸만 내가 고마워해야 마땅한 그런 선심성 공돈들을 나누어준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전혀 이런 공돈을 준다는 공약들에 마음이 설레지 않는다. 내가 회사에서 보너스로 백만원을 받거나, 하다못해 복권이 당첨되어서 백만원을 받게 되었더라면 기뻤을 것이다. 나는 왜 재난지원금을 준다는데 기분이 더러울까.


애초에 평등에는 출발선을 맞춰주는 기회의 평등과 도착점이 모두가 같아야 한다는 결과의 평등이 있다. 우리가 자유를 존중하며 살고 있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고자 하는반면 사회주의 공산경제에서는 결과적 평등을 추구한다. 공산주의 에서는 공동으로 생산하고 공동으로 소비하는 것이 이상적이므로 배고픈 사람이 있는데 배부른 사람이 있는것은 부정의에 해당하고 로빈후드와 같은 영웅이 나타나서 많이 가진이에게서 재물을 빼앗아 적게 가진이에게 주는 것이 정의롭고 마땅하다.



난세의 영웅으로 칭송받는 이가 있을 곳은 배고픈 백성들의 찬양 위. 인민들에게 구황작물을 나눠주기 위하여 높은곳의 수령님은 오늘도 고민한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가 존중되고 하는만큼 먹어라를 보장하는 시장경제에서는 재물을 나누어줄 난세의 영웅은, 즉 로빈후드도 수령님도 필요가 없다. 내가 내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이고 내 생계는 기본적으로 내 손에 달렸다.




과연 있는 사람에게 빼앗아서 없는 사람에게 부를 나누어주고자 하는 권력자는 정의를 추구하는 것인가? 과연 그러한 행동은 정의로운 것일까? 혹시 그런행동은 그저 남의 돈을 가져다 인심을 펑펑 쓰면서 대중에게 인기를 얻어 개인적인 권력 야욕을 채우려는 것은 아닐까?




경쟁 사회를 살아가지만 불가피한 사유들로 도움이 필요한 사회 구성원들이 있을 수 있고 그들을 도와야 하는 것은 마땅하고 당연한 일이다.  우리 사회가 굴러가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약자에 대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다. 그러나 그 도움은 취약한 계층이 사회 시스템에 잘 기반을 내릴 수 있도록 섬세한 부축과 트레이닝이 필요한 것이지 한달이면 부스러질 백만원 현금 뭉치가 아니다. 나아가 한정된 자원 속에서 도움이 필요한 곳을 골라서 도움을 주는 편이, 도움이 필요치 않은 곳을 포함한 전국민에게 현금 일괄지급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옳고 효율적인 길이다.


도움의 손길을 주는 주체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국민을 위해 저 000 가 나서겠습니다. 정치인의 이름 세글자와 추경예산 편성! 긴급확보! 재원마련! 이런 기사들을 읽다보면 마치 어느 한쪽에 탐욕스러운 무리들이 끌어 안고 있는 돈주머니가 있는데 정의로운 내가 그 부분을 좀 빼앗아와서 우리 선량한 전국민들한테 좀 나눠줘볼게! 오빠 믿지? 이런 늬앙스가 신기루처럼 느껴진다. 막 그 정치인한테 너무 고마워해야만 할 것 같다. 나한테 돈백만원 주려고 이렇게 애쓴다자나... 못된 장관놈들이 예산 안준다는거 만들어 준대! 날 위해! 묘하게 공치사를 그 정치인 이름으로 돌리게 된다. 그런데 과연 그 돈은 탐관오리들이 부정축재해둔 재원인가? 변사또가 지 혼자 몰래 먹으려고 관야에 쌓아둔 쌀가마들일까?


아니다.


그 돈은 우리나라의 모든 경제주체들이 자신의 시간과 땀과 열정 그리고 인생을 갈아서 만들어낸 가치들에, 국가가 국가라는 이유로 강제로 적게는 5%씩, 많게는 80%씩 떼어서 거두어둔 세금이라는 이름의 돈이다. 사회 초년생들이 편의점 아르바이틀 할때도, 라이더들이 음식 배달을 할때도, 직장인들이 자신의 꽃같은 청춘을 바쳐 회사에 근무를 매달 할때도, 예술가들이 창작물을 대중에게 선보일때도, 노인들이 노후자금을 위해 평생을 일구어 만든 부동산을 팔때도 꼬박 꼬박 떼어간 그야말로 혈세가 그 복지를 위한 돈들의 재원이다. 우리들의 돈이다. 그 세금을 국가가 시스템적으로 모아두었을지언정 그 돈은 어디 하늘에서 떨어진것도 아니고 정치인 한 사람이 자신 표몰이를 위해 우리들에게 인심을 쓸 수 있는 지돈이 아니란 말이다. 


지것이 아닌 걸, 그리고 사실상 내것을 가지고 나한테 인심을 쓰려고 해대니 나는 기가막힐 노릇이다.


자신의 소유가 아닌것을 남들에게 인심을 쓰려고 하는 것은 생각건대 그것은 결코 정의가 아니고 오히려 부정의이자 형법 제  제347조 사기죄에 해당하는게 아닐까 생각된다. 사람을 기망하여 제삼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것과 기저에 깔린 것이 너무나 닮아 있다.



정의라는 가치는 아주 중요하며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이룩해나가야만 하며 정의라는 가치는 인간의 무리가 함께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 몇몇 무리가 그저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기 위해 정의를 운운하며 사실상 대중을 현혹하는 것은 그저 완전한 부정의일 뿐이다.


자본주의에서 공동체의 정의를 위해 부의 이전이 꼭 필요한 상황이 있고, 그 공이 누군가에게 돌아가야 한다면 그것은 정치인이 아닌, 실제로 그간의 노력을 기울여서 사회의 재원을 모아준 주체에게 돌아가는 것이 맞다. 경제의 생리를 따지고 먹을것 입을 것을 아껴가며 저축을 했거나 근로를 했거나 투자를 했거나 하는 그 주체들 말이다. 세금을 너무 많이 내는 것에 대한 걱정을 할때 부동산 투자이익은 불로소득이니 환수가 마땅하다!! 그러게 진작에 팔지? 고소하다 라는 듯이 아니꼽거나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정의와는 거리가 먼 일이다. 고소득자들에 대해 비례적으로 근로소득세율의 증가폭은 올라가는데 (세금이 증가하는 것이 아닌 세율의 증가폭이 증가하므로 정비례보다 더한 증가율) 너는 많이 버니까 많이 내도 싸다 라는 식으로 비아냥거리는 것은 부정의에 가까운일이 아닌가 생각든다.





최근 건너 아는 나의 지인이 자신의 이름을 넣은 장학금을 모교에 기부하였고 모교에서는 작게나마 자신의 이름을 딴 공간도 한구석 마련해주었다고 들었다. 여건이 되어서 좋은일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을때 사람은 누구나 뿌듯하고 행복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여러사람이 고마워하는 자리가 있다면 그런 포지션을 마다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만약에 장학금은 내가 기부했는데 그 대학 총장이 자신이 장학금을 많이 유치했다면서 총장이름을 딴 강의실을 크게 만든다면 그 얼마나 웃기는 이야기일까?


사실 생각보다 길이 장황하고 길게 쓰여졌지만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하다.


화살표가 똑바로 가는 것이 정의다. 자기 것이 아니면 인심쓰지 말았으면 한다. 양심이 있다면 적어도 대중을 현혹하기 위해서 갈라치기를 통한 분노 조장은 안했으면 한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번다는 속담에서 되놈이 아무리 내가 청중들을 기쁘게 해주었으니 이것이 정의라고 우겨봤자 재주넘은 곰이 보기에 이보다 더한 불의는 없다. 오가는 화살표 중간에 껴서 본질을 흐리고 본인 얼굴만 공치사로 들이미는 부정의, 제발 좀 그만했으면 한다.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의 로빈후드는 필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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