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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지 Mar 05. 2022

아빠의 축사

아들의 결혼을 축하하는 아빠의 편지

안녕하십니까


신랑의 아버지입니다.

어려운 시국임에도 저희 아이들 결혼식을

축하해주시기 위해 이렇게 오늘 자리를 빛내주신

친지와 친구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따뜻한 토요일 봄날에

편지의 형식을 빌려

새로 출발하는 아름다운 한 쌍을

축하하고자 합니다.


사랑하는 아들아.

지금 이 자리에 서있는 모습을 보니

네가 막 태어났을 때,

처음 너의 모습을 보던고 설레던

나의 마음이 떠오르는구나.

세상의 만물은 모두 변화한다고 하지만

예외로 너는 그때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변함없이 사랑스럽기만 하구나.


너는 자라면서 잔병치레 한번 없이

건강하고 총명하게 잘 자라주어

엄마 아빠의 큰 기쁨과 자랑이 되어 주었지


30여 년간 성장해오는 동안의 기억은,


어린 시절 작은 돌고래 같이  

물속으로 점프하며 수영하던 모습,

차를 같이 타고 뒷좌석에서 얘기하며 함께 여행하던 모습,

전교 최고로 졸업하던 중학교 졸업식과

입학생  대표로 선서하던 고교 입학식 모습,

대학교 입학해서 함께 술 한잔 하던 대견한 기억,

또 군대 입대하던 날 같이 보내며 가슴 아리던 기억들,


이 많은 모습들이 나의 기억에 아련하고 생생히 남아 있구나.


사람들은 태어나서 다섯 살까지

평생 할 효도를 다 한다고 하지만

너는 참으로 더 길게 효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무슨 일이든 긍정적이고, 자신감 있으며,

또 잘 해내는 아들을 보며,

아빠로서 믿음직스럽고

늘 자랑스러웠단다.


그런 아들이 청년으로 자라나서

"이제 아름다운 신부를 즐거이 만나

새로운 가족을 이루겠다"라고 말했을 때

내 마음 또한 너와 같이 기쁘기 짝이 없었다.


신부 또한 곱고 선하며 총명하였기에

둘이 참으로 잘 어울리는 한쌍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오늘 이 시간으로 이제 두 사람은

하나의 가정을 이루겠구나.


두 사람이 한 가정을 이룬다는 것은,


쉽고도 /어려우며

즐겁고도 /괴로우며

만족하기도 하고/ 혹은 후회스러운

순간도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이는  잠시 지나가는 것들이며,


원래부터 한 사람으로 지낸 기억이 없던 것처럼,

처음부터  함께였던 것처럼 ,


이로 서로 애틋하게 사랑하며

아끼고 지내는 것이겠지.


결혼생활이라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이

40년간 결혼생활을 했던

아빠의 전적인

매운맛 경험담이다.


그러나

아빠는,

다시 태어나도

너의 엄마를 만나

첫눈에 반하여

다시 사랑하고 결혼하여

이번 생과 똑같이 살아가고

죽는 날까지

아름다운 나의 아내를

사랑할 것이다.


이제부터 한 가족으로,


종원이는 선영이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며,

선영이는 종원이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며,


그렇게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고 의지하면서,


스스로의 자유 본성을 살리고,  

가족의 복덕을 누리면서

당당히 세상에 나아가도록 하자.


깨달음의 본질은

"현재 나의 모든 것들이

 자체로 축복이라는 것을

자각하는 상태"라 한다.

축복은 사방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으니,

이를

만끽하자.


앞으로 두 사람 사랑의 만남은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성경 말씀과 같이

두 사람의 인생이

활짝 피어나는 봄날의 꽃처럼

만개하리라 믿는다



진심으로 사랑한다. 그리고 축복한다.


2022년 3월 5일

너의 결혼기념일이 될 날에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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