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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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수수께끼! 꽃피는 천하떡잎학교
~엘리트주의와 능력주의, 공정하다는 착각~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수수께끼! 꽃피는 천하떡잎학교(이하 천하떡잎학교)는 2021년에 본토인 일본에서 개봉하여 인기를 얻고 한국에 CJ ENM이 수입하여 2022년에 상륙했으나 83만명이라는 관객수를 기록한 영화이다. 그러나 당시 코로나로 인해 영화관을 쉬이 갈 수 없던 상황과 2021년 영화인 모가디슈조차 360만명을 동원한 것에 그치며, 2022년 해외영화 중 최고의 인기를 달린 ‘탑건: 매버릭’도 천만의 벽을 깨지 못한 것을 생각해본다면 어린이가 주 타겟층인 영화가 판데믹 시즌에 83만명이라는 숫자를 기록한 것은 상당한 인기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으며, 더욱이 짱구 극장판이 보통 30~40만의 관객을 동원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2배다 뛰어오른 수치이다.
천하떡잎학교는 짱구 극장판 중에서도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작품이다. 가족애가 아닌 우정을 이야기한다는 부분에서도 그렇다. 짱구 극장판은 항상 가족애로 똘똘뭉친 짱구네 가족이 여차저차해서 세계를 구한다거나, 마을을 지키거나, 다시 정상화시키는 내용이 대부분인데, 천하떡잎학교는 가족의 개입이 거의 없고, 오로지 학교 내부 인원들과 체험을 하기 위해 학교로 간 떡잎마을 방범대 5명이서 우정의 이야기를 이끌어가게 된다. 또한 짱구 극장판에는 항상 빌런이 존재하는데, 일반 상식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로 빌런화된 인물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온천 부글부글 대작전에 등장하는 악역 닥터 때바라가 악당이 된 이유가 단지 ‘자신이 자주 쓰던 목욕탕 번호를 빼앗겨서’로 처음 들으면 맥이 탁 빠진다. 그러나 천하떡잎학교의 빌런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친구가 콤플렉스를 이겨냈으면 해서, 누구나 쉽고 편하게 엘리트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성과주의를 통해 더욱 노력해서 높은 곳에 도달했으면 해서’라는 납득가능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심지어 철수조차 ‘짱구를 비롯한 떡잎마을 방범대 친구들과 미래에 헤어지기 싫어서’라는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철수는 처음부터 엘리트가 되고 싶은 소망이 있었고, 친구들과 다른 길을 걸어갈 것이 확정된 캐릭터였다. 그러나 철수는 어린 마음에 친구들과 헤어진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고, 때문에 친구들도 엘리트의 삶과 엘리트의 장점을 알려주고 함께 걸어가고자 끌어들이기 위해 학교에 함께 체험입학해보자고 끌어들인 것이었다.
짱구 극장판에서 최초로 시도한 미스테리 추리 장르라는 것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사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미스테리 추리 장르는 성사되기 쉽지 않다. 어린이들의 생각과 인지에 그대로 따라가면 이야기가 평면적이고 단순해지며, 그렇다고 깊게 들어가자니 주 타겟층인 어린이를 잡을 수 없고 오히려 어린이들 입장에서는 미지에서 오는 공포 장르에 가까워질 수 있었다. 천하떡잎학교는 다행히 1시간 40분이라는 러닝타임에 맞게 단순하지만 쉽게 눈치챌 수 없는 단서들을 섞어놓았고 그 단서들은 어린아이들도 좋아할만한 요소들로 꾸며놓았다. 단서가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다시 영화를 보니 확실히 단서가 화면에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었으며 단서를 인지하고 조금만 생각을 이어나가면 범인을 추측해볼만한 정보가 모였다.
떡잎마을 방범대 뿐만 아니라 유일등, 은질주, 교장인 장딴지 등 주연급 인물들은 이들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또 어떤 역할을 부여받았고 하게 될 것인지 작품 초반부터 등장하여 서사를 쌓기 때문에 엔딩 직전 서사를 쌓은 주연들의 도움을 받는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깊이 공감하고 감동할 수 있었고, 카타르시스까지 느낄 수 있었다. 영화를 본 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이 인물들을 기억할 수 있었다. 몇 몇 극장판을 제외한 다른 짱구 극장판에서는 이러한 서사쌓기가 생략되는 부분이 많아 주연급 인물임에도 다각도로 조명해주지 않아 엑스트라와 다를 바 없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으며, 존재감조차 희미했다.
빌런은 있지만 악역은 없다는 점에서, 고도로 발달한 AI를 통해 학교에서조차 행동을 통제받는다는 미래에 실제로 있을 법한 설정에서, 나는 짱구 극장판 중 천하떡잎학교를 가장 좋아한다. 각자의 가치관,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위한 선의의 행동이 파국으로 치닫을 뻔 했다는 부분도 참 인상적이다. 학교라는 장소가 각자의 고민과 사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모이는 장소이다보니 각자 추구하는 가치관 또한 다를 수 밖에 없다. 천하떡잎학교는 주연급 인물들의 가치관을 모두 다르게 설정하여 각각 인물들의 다양한 행동, 언행, 고민을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인 우정과 청춘으로 엮어 청춘에 정답은 없으며, 계속해서 고쳐나가는 것이 청춘이라는 아름다운 서사를 완성하였다.
“청춘은 패기(훈이), 청춘은 사랑(맹구), 청춘은 반짝반짝(유리), 청춘은 콤플렉스(질주), 청춘은 후회하기(일등), 청춘은 의리와 우정(철가면), 청춘은 고독(삼삼), 청춘은 오우~예이~(아게하), 청춘은 지나간 추억(봉미선), 청춘은 바로 지금(신형만), 청춘은 파이팅!(짱구)”
영화는 계속해서 행동과 발언에 따라 엘리트 포인트가 올라가고 내려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엘리트 포인트에 따라 점수가 낮은 학생은 밥을 먹지 못하거나 빵쪼가리로 떼우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에 대비되듯 포인트가 높은 학생들은 대게 정식까지 있는 전용식단을 먹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게 대놓고 즐비되어있는 차별에 이미 익숙해져 있는 학생들은 그저 불평만 조금 할 뿐 순응하고 살아가는데, 이러한 사회에 불만을 품은 학생들도 존재하긴 했다.
천하떡잎학교는 이러한 시스템에 순응하는 학생을 대표하는 AI, 철수와 불만을 품고 변화하고자 하는 은질주, 철가면, 짱구 등의 싸움을 달리기로 포장하여 보여주었다. 이 달리기라는 역동적인 이동방식은 어린아이들이 타겟층인 짱구에서 쉽게 보여줄 수 없는 사람끼리의 싸움 대신 선택한 가장 역동적인 장면으로 대대로 짱구 시리즈에서 달리기는 악당에 대적하는 가장 효과적이며 훌륭한 수단 중 하나였다. 대표적으로 어른제국의 역습에서 짱구가 옥상까지 달리기를 한 장면이 있다.
그러나 공정하고 평등하게 이루어질 것 같은 달리기 시합마저 철수는 로봇을 장착하여 직접 달리지 않았고, 드론을 보내 방해공작을 펼쳤다. 마지막엔 철수가 탄 로봇이 파괴되고 철수와 짱구가 직접 달리지만 결과는 무승부. 진짜 승부는 미래로 미루게 된다.
그러나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영화의 엔딩은 달리기 시합으로 누가 옳은지 승부하며 마지막에 쟁취한 야키소바빵을 함께 먹으며 끝이 나지만, 실질적인 문제의 해결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진짜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지만 문제를 외부에 투사하여 그 외부문제를 해결함으로서 진짜 문제도 해결된 것처럼 꾸미는 고전과 현대에서 자주 쓰이는 속임수 전략이다. 천하떡잎학교의 주연들, 유일등의 문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은질주가 콤플렉스로 더 이상 달리기를 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는 떡잎마을 방범대의 개입으로 마지막 달리기 시합에서 콤플렉스를 극복하며 해결되었다. 은질주의 문제도 콤플렉스 때문이었으니 함께 해결되었다. AI 감시를 통한 엘리트 포인트 제도 또한 교장 장딴지가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하며 폐지되어 해결되었다. 이로 인해 표면에 드러나 주연급 인물들의 문제는 해결된 듯 보이지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영화 마지막에 철수는 짱구에게 이번엔 무승부로 해주고, 나중에 진짜 엘리트가 되면 다시 승부를 겨루자고 말하고 화해를 한다. 나는 이 마지막 한마디가 굉장히 의미심장하다고 생각했다. 영화 엔딩 크레딧에서 항상 대게 정식만 먹던 유일등이 은질주와 함께 야키소바빵을 먹는 장면이 나오는 것을 봐선 엘리트 포인트 제도의 폐지로 엘리트주의는 함께 폐지된 듯 보인다. 그러나 엘리트주의의 폐지가 능력주의의 폐지를 뜻하진 않는다. 이것이 철수가 짱구에게 말한 미래의 승부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에서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과 문제의식을 공유한다고 생각된다.
당장의 엘리트주의는 막아냈지만 엘리트주의 시절에 받은 전폭적인 지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혜택을 받은 이들과 밥조차 먹지 못한 이들의 격차는 하늘과 땅 차이이다. 이러한 격차는 엘리트주의 이후에 오는 능력주의 시대에도 온전하게 남아 여전히 카스트를 구성할 것이다. 능력주의의 병폐는 수없이 많다. 같은 수준의 재능이 있어도 단지 인기종목이냐 비인기종목이냐에 따라 얻는 보상이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즉 시장이 필요로 하는 재능에만 높은 수준의 지원과 보상이 따르는 것이다. 또한 같은 수준의 노력을 해도 재능이 있냐 없냐로 갈리게 된다. 능력주의는 시장의 선호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결정되는데, 그럼에도 승자와 패자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자신의 승리와 패배가 마치 불변의 진리처럼 여겨지며 패자는 ‘하면 되는데 안한 패배자’라는 낙인이 찍히게 된다. 이러한 굴욕은 강한 반발로 이어지게 되며, 이러한 시스템을 거듭하여 양산되는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는 점차 격차가 벌려지며 ‘계층 이동’이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단순히 장학제도를 위한 미국의 SAT는 곧이어 대학 입학을 좌우하는 시험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수능도 대학 입학을 위한 시험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며 또한 국민들을 유능자와 무능자로 낙인찍는다는 점에서 완전히 일치한다. 장학제도를 위한 SAT로서는 슬프게도 SAT 점수는 집안의 부와 연관도가 매우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즉 집안의 돈이 많을수록 교육에 투자를 더욱 많이 하게 되어 SAT 점수가 높아지고 높은 점수를 받아 장학금을 받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게 된다는 것인데, 능력주의의 가장 비판적인 점은 이렇게 경쟁에서 승리한 이들은 자신이 집안의 도움이 아닌,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승자는 자신이 승리한 것이 노력의 결과이기에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패자를 노력하지 않은 게으른 이들로 여기며 굴욕을 주고 낙인찍는다.
정말 놀랍게도 능력주의는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상처를 안겨준다. 승자는 능력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과도한 압박에 시달리며 일정을 관리당한다. 패자가 이러한 경험을 겪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승자의 경우 패자보다 훨씬 더 심한 정도의 압박을 받은 것으로 보였다. 심리학자 매들린은 “그들은 부모, 교사, 코치, 동료의 말에 지나치게 복종적이었으며 어려운 일만이 아니라 일상적인 문제까지도 남들의 말에 무조건 따르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이는 능력주의의 대표적인 문제로 마이클 샌델은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젊은이들이 끝도 없이 학교, 대학, 직장에 의해 선별되고, 구분되고, 등급이 매겨지는 과정 속에서 신자유주의적 능력주의는 현대 생활의 한복판에서 싸우고, 실적을 내고, 업적을 이루도록 강요한다."고 보았다.
패자의 경우는 더욱 극심한 문제가 잇따랐다. 끝없이 굴욕을 받는 패자들은 승자들에게 쏟아지는 보상을 정당화하기 위해 더욱 낮은 수준의 보상을 받았다. 그리고 낮은 보상에는 처참한 사회적 존중도 포함되어 있었다. 사회에 꼭 필요함에도 더 이상 사회적으로 존중받지 못하는 자신의 직업에 회의감을 느끼고 점차 사회에서 불필요한 불순물이 되어 간다는 느낌에 무력감에 휩싸이게 된다.
엘리트주의 능력주의의 병폐가 시작되는 ‘학교’를 배경으로 만든 짱구 극장판 천하떡잎학교는 청춘과 우정이라는 표면적인 이야기 뒷면에서 엘리트주의와 능력주의의 병폐라는 씁쓸한 이야기를 은근하게 드러내주었다. 우리가 천하떡잎학교를 보면서 깊은 울림을 느끼고 오랜만에 나온 최고의 짱구 극장판이라는 평가를 주는 데에는 감추어진 이야기가 은근하게 우리의 머릿속에 형성되어 공감과 슬픔을 이끌어냈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부디 짱구와 철수가 다시 승부를 하는 미래에는 각자의 위치에서 존중받으며 이번에야말로 아무 걱정없이 단순한 달리기 시합을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