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자씨의 필카산책 시즌2.Ep.10: 필카산책을 잠시 멈추고...
아주 오래전 친구에게 술 한 잔 사주고받은 필름카메라를 오랜 시간 처분하지 않았던 것은 운명이었을까?
몇 년 전 혼자 살기 위해 본가에서 나오면서 챙겨 온 짐 중에도 필름 카메라가 있었다.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지 기약이 없었기에 언제 다시 필름카메라를 손에 쥐게 될지 예상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필름 카메라를 챙겼을까?
또다시 몇 년이 지나 다시 이사할 때 다시 발견한 필름카메라를 보며 ‘이제 처분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었지만, 클래식 필름카메라이니 나중에 장식용이라도 쓸 수 있겠지 라며 다시 벽장 속으로 향한 필름카메라들.
빛을 봐야 할 나의 필름카메라들은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 10여 년을 버텨냈다.
그리고 아주 우연한 계기로 빛을 보게 되었다.
모든 것이 그렇게 되기로 되어있던 것처럼.
누군가 나에게 이 질문을 한다면, 아마도 ‘둘 다!’라고 쉽게 이야기했을 것 같다.
물리적인 필름이라는 물질 위에 단 한 장만 존재하는 필름사진 그리고, 아무리 소프트웨어로 필름시뮬레이션을 적용해도 얻어낼 수 없는 그 독특한 색감.
보면 볼수록 빠져든다.
필름카메라는 동작원리의 기계적인 동일성으로 어쩔 수 없이 비슷비슷한 디자인이지만, 그 안에서도 작은 차이로 인하여 각기 다른 디자인의 아름다움을 찾는 재미가 있다.
거기에 카메라마다 너무 다른 셔터음은 자기만의 매력을 뽐낼 때가 있다. 가끔 그 소리가 좋아서 아무 생각 없이 마음에 드는 카메라를 손에 쥐고 빈셔터를 날릴 때가 있을 정도다.
여담이지만, 그래서 상대적으로 소리가 크고 독특한 오래된 SLR 카메라가 더 끌린다.
처음 RF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었을 때는 너무나 이질적인 셔터음 때문에, ‘이게 지금 사진이 찍힌 거야?’라는 물음을 현상된 결과물을 받아볼 때까지 계속하게 만들었다.
정말 셔터음이 '틱'이다.
사실 아직 잘 모르겠다.
옛날 필름카메라의 감성 디자인에 미쳐서 중고거래 어플을 거의 매일 들여다보다 시피하다가 마음에 드는 물건이 올라오면 무지성으로 거래를 했다.
카메라를 보관할 곳이 없어서 카메라 보관함을 샀다. 처음 살 때 큰 게 좋은 거라며 당시에는 필요이상으로 큰 보관함을 구매했는데, 보유한 필름카메라가 30개가 넘어간 지금 그 보관함도 꽉 차서 넘치는 상황이 되었다.
아마도 시즌1과 같은 형식이라면 시즌3까지는 매우 무난하다.
하지만, 다른 욕심도 생긴다.
도시별 필카산책도 재밌을 것 같고, 나라별 필카산책, 산속 필카산책, 공원 필카산책….
필카산책을 주제로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
하지만, 무엇을 주제로 어떻게 연재를 다시 하던지,
아니 연재를 다시 하지 않더라도 나는 필카산책을 계속할 것이다.
필름사진과 필름카메라가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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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결국 2024년에 출시한 PENTAX 17과 2025년에 출시한 LOMO MC-A를 지르고 말았다. 둘 다 필름카메라다. ㅎㅎㅎㅎㅎ
그리고... 색다른 소중한 경험.
필카산책을 함께한 사람들 중 몇몇 사람들의 뜻을 모아 작은 사진전을 열어보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응원와주시고 나눔해 주신 모든 분들께 적절하게 감사를 표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