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자씨의 필카산책 시즌-1_Ep.1: 필름카메라 다시 빛을 보다
10여 년 전, 라틴댄스를 배우기 시작하기 전에 나는 DSLR의 유행을 좇아 보급형 DSLR을 구매했고 취미생활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가끔 지인들과 출사를 나가기도 했지만, 시간을 맞추는 것도 어렵고, 혼자 사진을 찍으러 다니기도 했지만, 혼자 다니는 출사는 그리 즐겁지 못했다. 사진에 예술혼을 불태우는 것도 아니었고, 어떠한 주제의식도 없이 그냥 카메라를 들고 다녔기에 특별할 만한 사진도 별로 없었다.
이 시기에는 사진 관련 이론책도 몇 권 읽었고, 사진전도 다녔었기에 그나마 사진에 대한 지식이 늘었고 좋은 사진을 보는 눈이 조금은 생긴 것 같다.
하지만, 재미없는 사진 생활은 ‘사진동호회’를 가입해서 사람들과 함께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인터넷에서 동호회를 검색하고 적절한 동호회에 온라인으로 가입하고 오프라인 정모나 출사를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시기에 필름카메라도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친구와 지인들에게 집에서 쓰지 않는 (이미 디카와 핸드폰 카메라가 주된 사진 찍기 도구였기에) 필름카메라를 팔거나 그냥 달라고 했다. 보통은 술 한 잔 사주고 카메라 가격과 퉁 쳤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술 값보다 비싼 카메라들인 경우가 많았다.
(NIKON FM2, YASHICA, Rollei 35등)
필름도 20통이나 주문했다.
하지만, 새로 시작한 라틴댄스는 어느덧 나의 취미로 자리 잡았고, 나의 DSLR은 동호회에서 행사 사진을 찍는데 동원되었고, 필름카메라는 종이상자에 들어가 책장 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10년 넘게 바깥으로 나오지 못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가 지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음에도 라틴댄스 동호회는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판데믹 기간 동안 정모를 하지 못했고, 그 시간 동안 사람들은 다른 취미를 찾거나 짝을 찾아 다른 세상에서 살기 시작했다. 결국 많은 라틴댄스 동호회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나 또한, 더 이상 라틴댄스 취미생활이 불가능해졌고, 독서모임을 주로 다니기 시작했었다.
그러다가 여러 가지 체험을 할 수 있는 소모임들이 있는 Community에 가입했고 이런저런 경험을 할 수 있었다. Community 내에는 독서모임, 영화모임, 공연/전시 모임, 보드게임/마작 모임 등 다양한 모임이 있어서 나의 충만한 호기심을 채울 수 있었고, 일상적인 외로움도 어느 정도 해소 되었다.
앞서 이야기한 소모임의 단체채팅방에서 누군가가 필름카메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는지 설문 조사가 올라왔고, 은근히 많은 사람들이 관심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설문조사의 결과를 근거로 오프라인 모임을 하기로 하고 각자의 필름카메라를 들고 만나기로 했다.
드디어 나의 오래된 필름카메라가 빛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예전에 사놓은 필름은 이미 유통기한이 10년 이상 지나버렸다.
‘과연 이 필름에 제대로 빛이 담길까?’ 하는 호기심에 오래된 필름을 카메라에 장착하고 모임에 나갔다.
(사실 카메라에 필름을 넣는 방법조차 잘 몰라서 구글검색과 유튜브의 도움을 받았다.)
‘철커덕’ 하는 필름카메라의 셔터 소리는 내가 빛을 담고 있음을 소리와 진동으로 알려준다.
사진 한 장 찍는데 디지털카메라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한 컷 한 컷 집중해서 찍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보다 더 나은 결과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다. 비록 찍은 사진의 숫자는 10의 1도 안되었지만 말이다.
이렇게 시작한 필름카메라로 사진 찍기는 몇 개월 뒤에는 나의 취미 생활로 자리 잡았고, 1회성 Event로 끝인가 싶었던 필름카메라 들고 산책하듯 사진을 찍는 모임은 Community에서는 정식 소모임으로 등록되어서 한 달에 한 번씩 ‘필카산책’이라는 주제로 필름카메라를 들고 거닐며 서로를 찍어주기도 하고 풍경과 사물을 찍으며 필름카메라 생활을 즐기고 있다.
그리고, 오래된 필름카메라의 디자인과 손 맛에 매료된 나는 중고물품거래 어플인 ‘당근’에서 수시로 매물을 확인하고 거래를 하기 시작했다.
‘근자씨의 필카 산책’은 이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