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은 물에 잘 녹을까 알코올에 잘 녹을까
소금은 물에 잘 녹을까요, 알코올에 잘 녹을까요? 알코올은 소독제와 세척제로 다양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언뜻 생각하면 알코올에 더 잘 녹을 것 같지만, 사실 물과 알코올의 이 경쟁에서 알코올은 물의 적수가 되지 못합니다. 물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질 중 다른 물질을 가장 잘 녹이는 물질, 즉 가장 훌륭한 용매거든요. 물은 소금, 설탕뿐만 아니라 다양한 물질을 녹입니다.
물은 다른 물질을 녹여서 보유하는 능력, 즉 용해력이 매우 큽니다. 물은 극성이 전혀 없는 일부 분자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물질에 대해 용해력이 크고, 특히 이온결합을 하고 있는 분자에 대해서는 탁월한 용해력을 나타냅니다.
물속에 다양한 물질이 녹을 수 있다는 것은 땅 속이든, 나무 꼭대기이든, 우리 몸속이든, 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물을 통해 다양한 물질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구상에 있는 생물이 물을 통해 살아가는데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받을 수 있는 이유가 됩니다.
물을 통해 영양분이 공급되는 과정을 사람을 비롯한 동물부터 알아볼까요? 우리가 섭취한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의 음식물은 위를 비롯한 소화기관에서 소화되어 우리 몸에 흡수가 가능한 작은 단위로 분해됩니다. 잘게 쪼개진 소화산물과 미네랄, 비타민 등은 위나 장에서 흡수되고, 흡수된 영양소는 혈액을 통해 우리 몸 곳곳으로 공급되는데요,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이 우리 몸에 영양분으로 공급되는 것입니다.
식물의 경우도 물을 통해 영양분을 흡수하는 과정은 비슷합니다. 식물은 뿌리를 통해 땅 속에 있는 물을 빨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땅 속에 있는 영양분을 식물 속으로 흡수하게 됩니다. 뿌리를 통해 흡수된 물은 물관을 통해 각 조직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비료 등을 통해 식물에게 주는 영양분이 식물 전체에 영양분이 전달되는 것이죠.
물은 다양한 물질을 물속에 녹여 동물과 식물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영양분을 제공해 주게 됩니다.
물은 고체뿐만 아니라 기체 상태로 존재하는 물질도 잘 녹이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이 기체 상태로 있는 물질을 잘 녹인다는 사실은 물속에 사는 동물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물속에 살고 있는 동물도 육지에 살고 있는 동물처럼 산소를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대기에 있는 산소가 물속에 녹아들지 못했다면 물속은 아마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물은 어떻게 이렇게 훌륭한 용매가 되었을까요? 이걸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학교 과학시간에 배웠던 지식을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중학교 과학시간에 물은 극성을 띠고 있다고 배웠습니다. 극성을 띠고 있다는 의미는 물 분자가 +극과 –극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죠. 이 현상은 다른 액체에서는 볼 수 없는 물만 가지고 있는 특이한 현상이다.
중학교 과학시간에 풍선이나 플라스틱 컵을 이용해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오는 물줄기를 휘게 했던 실험을 기억하시나요? 풍선을 머리카락에 문지른 다음 수도꼭지의 물줄기에 가까이 갖다 대면 물줄기가 휘는 신기한 실험이었는데요, 이 실험이 바로 물이 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물줄기가 휘는 것은 물 분자가 +극과 –극을 가지고 있어서 같은 극끼리는 밀어내고 다른 극끼리는 끌어당기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마치 자석이 N극과 S극을 가지고 있어서 같은 극끼리는 밀고 다른 극끼리는 잡아당기는 것과 비슷하지요.
물이 이렇게 극성을 가지게 되는 이유는 물 분자의 구조 때문입니다. 물 분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산소 원자 1개와 수소 원자 2개로 이루어져 있고 화학식은 H2O입니다. 산소 원자 1개에 수소 원자 2개가 붙어 있는 물 분자는 어떤 모양일 것 같으세요? 참고로 크기는 산소 원자가 수소 원자에 비해 조금 큽니다. 과거의 과학자들은 큰 산소 원자 1개의 양쪽에 수소 원자가 1개씩 180°각도로 마주 보고 있을 거라고 예상했었습니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하면서 물 분자의 구조가 밝혀졌는데 예상과는 달리 이상한 형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가운데 산소 원자를 두고 180°로 마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104.5°의 애매한 각도를 두고 붙어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 모양은 팬더곰 얼굴을 상상해 보시면 될 것 같은데요, 팬더곰의 얼굴이 산소 원자라고 하면 두 귀가 수소 원자가 되겠죠.
이렇게 한쪽으로 비대칭 구조로 치우치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 전하의 산소 원자와 + 전하의 수소 원자는 물 분자로 결합한 이후에도 여전히 자신이 가지고 있던 고유한 – 전하와 + 전하를 띠게 됩니다. 산소원자가 있는 쪽은 – 전하를 띠고 수소원자가 있는 쪽은 + 전하를 갖게 되어 물 분자는 극성을 띠게 되는 것입니다.
산소 하나에 수소 두개가 결합한 물 분자의 구조는 우리가 상상했던 180°가 아닌, 104.5°로 결합되면서 물이 하는 역할과 특성도 우리의 예상과 상상을 벗어납니다. 그리고 물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특성과 역할 덕분에 지구상에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예를 들면, 다양한 물질을 녹여 영양분을 공급해 줄 뿐만 아니라, 고체인 얼음이 물보다 가벼워 겨울동안 물속에 있는 생물들이 얼어죽는 건 막아주요. 이 외에도 물이 갖는 독특한 특성은 무수히 많습니다.
만일, 물 분자에 있는 두 개의 수소가 우리의 예상처럼 180°로 마주보고 있었다면, 물은 완전히 다른 물질이 되었을 것이고 지구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행성의 모습을 갖게 되었을 것입니다. 180°가 아닌 104.5°, 각도 하나 바꿨을 뿐인데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