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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hnnap May 05. 2024

〈퐁 카페의 마음 배달 고양이〉



174. “카페 퐁이라. 프랑스어로 ‘다리’라는 뜻이지?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문장과 서사가 간결하고 옴니버스 식으로 헐겁게 구성되어 있다. 전에 읽었던 한 일본 라이트소설이 떠올랐다. 심호흡을 해서 마음에 공간을 만들어준다는 대사가 있었고 뭔가 초시간적인 설정을 가져서 자신의 미래와 만나는 듯한 분위기가 있었는데. 제목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야기는 영혼과 사후세계를 가정한다. 주인공 후타는 이쪽 세계에서 19년을 살다간 고양이로 주황색 피부에 잠이 많다. 자신의 주인인 미치루를 좀 더 빨리 만나러 가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지원한다. 아르바이트의 업무는 퐁 카페의 우편함에 손님이 접수한 엽서 중 하나를 이뤄주는 것이다. 손님들은 엽서에 자신의 이름과 만나고 싶은 사람의 이름을 적어서 나무함에 낸다. 그러면 가게 주인인 니지코 씨가 그 중 간절한 것을 선별한다. 그리고 고용된 고양이 배달부들이 그 의뢰인과 타겟을 혼으로 연결한다.


 퐁 카페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그곳은 이쪽과 저쪽의 경계에 걸쳐있다. 그래서 피의뢰인들이 희망하는 타겟이 저쪽 세계에 있다면 고양이들이 접촉하여 그들의 혼을 담아 전달한다. 고양이들 자신은 말을 전할 수 없으므로 의뢰인이 있는 현장 근처에서 적절한 사람을 선정한다. 그리고 꼬리에 혼을 담아 그의 다리에 비비는 방식으로 혼이 넘어간다. 그렇게 넘어간 혼은 짧은 시간동안만 효력이 지속되며 사람이 아닌 사물을 통해 사람에게 넘어가기도 한다. 소원을 이루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의뢰의 개수는 다섯 개로, 후타의 에피소드까지 총 여섯 편의 일화가 나온다.


 각 일화의 핵심이 되는 감정들이 잘 선정된 것 같았다. 그리움뿐만 아니라 과거 자신에게 무심했던 이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싶다는 소망이나 오래 마주하지 못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소망도 있었다. 작가는 저쪽 세계에 대한 공상을 통해 이쪽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후회나 미련을 줄여주려는 노력을 전개한다. 다만 내가 한 생각은 후미 씨의 에피소드에서 후타의 방백을 통해 말한 것처럼 유효성을 차치하고 이런 식의 사고가 과연 좋은 일인가 하는 것이었다.


 후미 씨가 과거 자신이 다른 선택을 했다면 달라졌을 자신의 현재에 대해 궁금해 하며 현실에서 도피하듯, 지금 여기에서 해결되지 못한 것을 현실을 초과한 방식에서 다루려는 것은 어떤 면에선 소용이 없는 것 같다. 다리가 끊어졌다는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띄어쓰기를 허락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시메노나기 #퐁카페의마음배달고양이 #다산북스 #박정임 #고양이 #책추천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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