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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일아빠 Oct 13. 2024

무모했던 독일 이주... 그리고 5년

독일 정착 일기를 쓰게 된 이유


우리 가족 다섯 명이 독일로 정착한 지 꼭 5년이 되었다.


딸린 아이들이 셋.

그 때 첫째가 7살, 막내는 3살이었다.

애들도 어렸고, 우리 부부도 어렸다.




그러니까 5년 전 이 맘 때 즈음.

8년이나 일하던 직장을 떠나 무작정 독일로 떠나겠다고 다짐했을 때.


특별히 구체적인 꿈 같은 것은 없었다.

대학원 공부를 하고 싶었고, 학비가 저렴한 독일은 매력적이었다.

이유라곤 단지 그것 뿐이었다.




직장에 사직서를 내고, 독일행 비행기 표를 샀을 때.

대학원에 원서는 넣어두었지만, 합격통지서는 없었다.

당시 내 독일어 수준은 가장 기본 단계인 A1.2 정도였다.

 

주위의 만류가 많았다.

그러나 잘 들리지가 않았다.

나는 한국의 모든 재산과 삶을 차근차근 정리했다.

독일로 떠나려는 나의 무책임한 결정에는 신랄한 비판이 잇따랐다.

 



나는 독일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사실 독일은 내가 오랫동안 꿈 꿔 온 나라가 아니었다.

당연히 그것을 위해 준비하지 못했다.

 

그냥 시기가 맞았다고 해두자.

한국의 삶을 정리하고 싶을 때, 독일의 이야기를 들었다.

나에게 그냥 기회가 왔다고 믿어졌다.

그게 전부였다.




믿음이란 특별하다.

사람을 무모하리만치 용감하게 만들곤 한다.


"모두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


"한 3년이면 되지 않을까? 어학하는데 1년. 학위과정 2년?"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이제 A1 독일어 기본 과정을 시작했을 따름이었다.

대학교를 어떻게 등록해야 하는지 조차 몰랐다.


그런데도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놀랍게도 말만 그렇게 한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도 그렇게 믿었다.

나는 내가 좀 더 특별한 케이스라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다.

나는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쳤다.


독일에 도착한 지 몇개월 뒤 있었던 코로나 판데믹이 약 2년.

대충 따지면 생각보다 정확하게 계산했다.


대충 따지면 그렇다.

글로만 보면 그렇다.




독일로 온 지 5년.


아직도 모르는 게 더 많다.

아직도 긴장될 때가 더 많다.

아직도 실패가 더 많다.

아직도 주눅들 때가 더 많다.


나는 이제 그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하지만 마냥 우중충한 내용만은 아닐터.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지 않던가?


좀 더 떨어져서, 좀 더 멀리에서, 얼마 간의 거리를 두고.

그냥 내 마음가는 데로 주저리 주저리 떠들어 보려고 한다.


나름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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