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통한 짧은 묵상
1. 나는 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심각한 '조류 공포증(ornithophobia)'까진 아니지만, 약간의 공포감을 느낄 정도로 새를 좋아하지 않는다.
2. 그러다가 '매'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부활절 즈음, 한국에서 섬기던 교회 목사님이 보내주신 가정예배 순서지에서 적혀있던 예화였다.
"존 브로프의 매의 연구에 보면
매에게 때때로 까마귀나 딱새가
공격해 오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매는 충분히 그들을 물리칠 수 있지만
매는 그들을 상대하지 않습니다.
그저 빙빙 돌며 하늘로 높이 올라가면
까마귀나 딱새가 따라올 수 없다고 합니다."
3. 어쩌면 우리도 매와 같지 않을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독일 마을에는 여러 새들이 많이 살고 있다. 당연히 까마귀도 있고, 매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예화가 남달리 와 닿았다.
그래.
어쩌면 우리가 매와 같을지 모른다.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생각하시며
인자가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돌보시나이까
그를 하나님보다 조금 못하게 하시고
영화와 존귀로 관을 씌우셨나이다"
(시편 8장 4~5절)
하나님은 사람을 그 어떤 것보다 고귀하게 만드셨다. 단순히 세상에 있는 육적인 존재보다 낫게 만드셨다는 것이 아니다. 영과 혼을 포함한 모든 창조세계에서 그러하다. 당연히 그 존재에는 사탄도 포함된다.
"이것을 너희에게 이르는 것은
너희로 내 안에서 평안을 누리게 하려 함이라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
(요한복음 16장 33절)
더군다나 세상을 이기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함께 하시는 사람들은 거칠 것이 없을 테다. 비록 그 스스로는 자각하지 못하는 순간에라도, 그는 세상의 그 어떤 것을 능히 물리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래.
어쩌면 우리가 바로 매와 같을지 모른다.
4. 요즘은 매를 볼 때마다 행복하다.
하늘 높이 날개를 펴고 활강하는 매를 보면 그렇게 흐뭇해진다.
오늘도 여전히 피조세계 속에 살아가는 나는 육체적, 정신적인 어려움을 당하고 있다. 세상이 주는 두려움이, 사탄이 주는 유혹과 의심이 자주자주 나를 엄쳐온다. 그때마다 나는 저 예화를 생각한다. 까마귀와 같은 세상이, 딱새와 같은 사탄이 나를 공격해 오는 것이라고. 나는 이미 그들을 이길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속으로 되뇐다. 그리고는 그것들이 도무지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높이 쳐 올라가는 매와 같은 나를 상상한다.
이따금씩 마음이 옥죄어 올 때면,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나도 모르는 새 온몸을 휘감을 때면, 혹시 하늘에 매가 없을까 고개를 들곤 한다. 새를 좋아하지 않는 나이지만, 매가 보고 싶어 하늘 위로 고개를 든다. 요즘은 매를 보면 너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