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의 독일 문화&언어 적응기
독일에 온 뒤, 자기만의 언어 창조에 골몰하던 아들이 다행히 이 세상 말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막내는 아직은 어려서 그런가, 독일 문화를 더 쉽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인다.
"지온아 이것 봐라, 하온아 나 그것 좀 줘."
가끔 위아래도 모르고, 누나들에게 반말을 한다.
뭐, 문화적 차이가 있으니,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 평하기는 어렵겠지만,
딸들이 좀 속상해할까 싶어 고쳐 주려고 했다.
아들은 내가 이야기를 마치자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아빠의 권위란 중요한 것!
그렇게 흐뭇하게 돌아서려 했는데,
갑자기 나에게 대뜸,
"아빠, 그럼 '너'한테는 괜찮아?"라고 묻는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아들의 일격이었다.
'그래도 하나는 이해시켰으니 됐다.'
정신 승리! 때때로 빠른 포기는 정신건강에 좋다.
코로나로 인해 바깥보다 집에 있는 시간들이 많아지자,
딸들이 다시 독일어를 쓰는 것을 낯설어하는 것 같았다.
이제 곧 유치원이 정상적으로 운영하니,
다시 유치원으로 가기 전에
하루 30분씩, 가정에서도 독일어로 대화하자고 약속했다.
저녁식사 전 아들에게 말했다.
"Sihun, wasch deine Hände." (시훈아, 손 씻고 와라)
그 말을 듣던, 아들이 갑자기 나에게 대꾸했다.
"아빠, 왜 한국말 해? 독일어 해야지!"
그러곤 내가 약속을 어겼다고 씩씩 거린다.
아들아, 아빠 독일어 한 거 맞아.
네가 알아듣는 말이
모두 '한국어'는 아니란다.
아빠는 괜찮긴한데...
조금, 아주 조금은 억울하구나ㅠㅠ
억울했지만, 결국은 돌아섰다.
지금은 아들을 이해시킬 자신이 없어서.
정신승리!
때때로 빠른 포기는 정신건강에 좋다.
*원본: https://bahur.tistory.com/224
*이전 글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