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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리아 Mulia Jul 14. 2021

내가 갑자기 없어진다면?

가끔... 내가 갑자기 없어진다면 어떨까를 생각한다. 삶이 고달프지도, 미래에 대한 큰 걱정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난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특히 큰 아이를 보면서... 내가 엄마고 몇십 년을 더 살았으니 보듬고 이해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너무 억울할 때... 그동안 쏟아부은 나의 시간과 노력이 가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 나는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갑자기 없어진다면 어떨까...


내가 자랄 때에 비해서 너무 편한 요즘 아이들... 지금 주어진 환경이나 상황이 당연한 건 절대 아닌데, 어른의 기준으로 보면 요즘 아이들은 우리 아이들 포함해서 너무 편하긴 하다. 내가 이미 꼰대라 그런 건가 싶긴 하지만, 그리고 지금 내가 이렇게 느끼는 감정들을 나중엔 알게 되겠지 싶기도 하지만, 일단 지금은... 그렇다. 내가 없어져서라도 뭔가 가슴에 쿵하고 와닿는 게 있다면 기꺼이 없어져 줄 수도 있을 텐데...


큰 아이가 선택한 진로는 돈이 많이 든다. 본인이 원했고 하고 싶은 일이라고 해서 지원해주기로 마음먹었다. 본인이 선택한 길이니 책임도 질거라 믿었기에... 하지만 변하지 않는 태도, 자기에게 해 줬던 좋은 말들은 하나도 기억 못 하고 잔소리하고 훈계했던 소리만 기억하는 아들... 매번 싸움의 원인은 내게 있고, 내가 답답한 사람이라 자기를 구속한다고... 정작 눈치 보면서 말 못 하고, 좋게 좋게 타일렀던 나의 노력은 그 녀석에겐 하나도 보이지 않았던 거다.


엄마라서 보듬어야 하는 부분은 어디까지일까... 왜 아이 상대로 억울한 마음이 드는 걸까... 일을 하는 시간을 제외하곤 아이들에게 신경 쓰며 책을 읽고 마음을 가다듬으려 노력한다. 그러다가 아이와 가끔 이런 의미 없는 싸움을 하게 될 때면 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 나도 나만을 위해 살고 싶다는 생각... 자식 같은 거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나만 바라보고 싶은 생각... 내가 이기적인 사람이었구나라는 생각...


내가 정말 이기적인 걸까? 엄마로서 수양이 부족한가? 아들이  혼자 학원에 가겠다고 했을 때 그냥 둘걸... 코로나가 심해지는 요즘 걱정이 되어 일부러 태워 줬는데 결국 사달이 났고,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와서 너무 많은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하다. 내 마음을 알아달라고 아이를 키우는 건 아닌데, 난 왜 매번 이렇게 힘든 걸까... 철저하게 내편인 남편이나 딸도 있으면서 난 왜 이것밖에 안 되는 걸까... 스스로에 대한 못마땅함으로 자꾸 눈물이 났다. 아이를 보내고 와서 술 한잔을 하며 이것저것 안주를 집어 먹었다. 결국 내 몸에 좋지도 않을 음식들을 마구 욱여넣는 몹쓸 짓을 하면서...


유튜브를 즐겨 보지 않지만 몇 가지 보는 채널이 있는데 그걸 보면서 다른 생각을 하고 싶었다. 작은 아이에게 우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하지만 이내 작은 아이가 알았다. 내가 우는 걸... 오빠 때문에 그러냐며 어깨를 두드리는 딸... 얼마 전 딸아이가 내게 그랬다. 자긴 나중에 아이는 낳지 않고 싶다고... 엄마를 보니 너무 힘든 것 같고, 자긴 그렇게 못할 것 같다고... 그 말에 또 내려앉는 내 심장... 도대체 애 앞에서 무슨 꼴을 보였길래 아직 중학생인 딸아이가 그런 말을 하게 된 건지...


딸아이의 말은 나의 애씀을 안다는 말도 되지만, 한편으론 내가 행동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도 되었다. 내겐 너무 힘든 엄마라는 이름... 지금껏 살면서 정신력이 꽤 강하다고 믿고 살았는데 요즘은 너무 힘들다. 좋아하는 책을 읽고 블로그 이웃님들과 소통하며 잠시 분위기를 환기시켜봐도... 해결되지 않은 숙제가 있는 것처럼 마음이 무겁다. 너는 너 나는 나... 칼로 무 자르듯 깨끗하게 분리해내고 싶다. 내가 없으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깨달음이 있다는 확실한 보장이 있다면 정말 단 며칠이라도 기까이 사라질 수 있는데...  오늘은 정말... 사라지고 싶은 날이다.


그 옛날 내 나이었던 엄마는 어땠을까... 지혜가 필요한 순간... 힘들어하는 딸내미 걱정하실까 전화도 못하고... 애꿎은 브런치에 내 마음을 적는다. 오늘은 우리 엄마가 한없이 위대해 보이는 그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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