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홍기석교육장에게 묻다.
교육지원청의 '지원'이란?

-경기도교육청 혁신교육지원센터 전문연구년 교사 채미자, 백원석, 도혜림

by 까미노

‘학생중심, 현장중심으로 함께 하는 용인교육’

용인교육지원청 홈페이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글이다.

용인교육지원청의 홍기석교육장을 만나 그의 교육철학과 부임 후 교육지원청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공모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교육장 공모 전 교장 공모에 지원을 했었습니다. 처음부터 큰 포부를 가지고 지원한 것은 아니었지요. 교장 자격연수를 받을 때는 ‘알아서 발령 내주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교장 공모에 지원하는 과정에서 ‘나는 어떤 교장이 되려고 하는가?’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교장으로서 제가 속한 학교를 변화시키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나 다른 학교까지 혁신을 전파하면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정말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좀 더 큰 단위인 교육지원청에서 혁신을 한 번 전파해보면 낫지 않을까?' 해서 교육장 공모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공모 과정에서 제가 말한 부분에 대해 책임을 지려는 자세를 갖게 되니 학교나 지역에 대한 애정이 더 생겨나는 거 같아요. 그래서 다른 선생님들한테도 공모의 기회가 있으면 꼭 도전해 보라고 권하게 됩니다.


Q. 교육장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A. 교육장 공모 면접 때 ‘교사를 컴퓨터 곁이 아닌 아이들 곁으로 돌려보내고 싶다’라고 말했고 그것을 최우선으로 실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원청에서 주관하는 행사나 대회, 연수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교육활동의 중심이 지원청이 아닌 학교가 되어야 하고, 학교 안 전문적학습공동체 활성화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하지요. 전문적학습공동체 활성화를 통해 학교 내 민주주의 문화가 만들어지고 학교자율경영체제가 정착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교장, 교감선생님들께 반드시 학교 안 전문적학습공동체에 참석을 해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성장은 누구처럼 되는 게 아니고 내 자리에서 어제의 나보다 좀 더 나아지는 것”


Q. ‘학교안 전문적학습공동체를 운영하고 싶어도 시간 확보가 어렵다’고 하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A.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라고 봅니다.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업무를 우선 시 하기 때문이지요. 또 하나의 방법은 법정 시수만 확보하면 되는데 대부분의 학교가 이보다 1~2시간을 더 하고 있습니다. 창의적체험활동을 어떤 식으로 배분하느냐에 따라 주당 수업시수가 바뀌게 됩니다. 주당 수업시수를 줄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수를 왜 줄이는지 학교 구성원들이 알아야 하지요. ‘1주일에 한 번은 우리가 모여서 공부하자’라는 문화를 만들고, 교사들도 학교가 배우고 성장하는 곳이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독서는 아이들에게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지만 교사들도 독서(공부)를 통해 성장해야 합니다. 성장은 누구처럼 되는 게 아니고 내 자리에서 어제의 나보다 좀 더 나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홍기석교육장님10.jpg 연구년 교사들의 교육철학이나 생각이 궁금하다면서 이것저것 물어보는 홍기석교육장. ⓒ 백원석 2018


Q. 교사들에게 공부는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A. 교사들이 현장에서 기초학력 부진학생 때문에 많이 힘들어합니다. 기초학력 부진학생을 별도의 방법을 통하여 해결하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고 일상적인 수업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평가를 통해 상/중/하로 구분을 짓지만 '하'에 해당되는 기초학력미달 학생들이 학습을 이해할 시간을 주지 않고 우리는 바로 다음 진도로 넘어가 버립니다. 이런 과정에서 좌절을 겪은 아이들은 다음에 기회가 주어져도 도전을 하지 않게 됩니다.

이런 ‘학습된 무기력’의 학생들이 생겨나지 않게 우리 교사들이 교육과정을 다시 짜야합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내용을 대부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단지 속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실 안에서 모든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수업을 설계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교사들이 꾸준히 공부를 해야 합니다. 암기 위주의 수업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탐구하는 수업이 되어야 합니다. 탐구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지식을 얻게 되고 이렇게 얻은 지식이 다음에 뭔가를 할 때 매우 유용하게 쓰이게 됩니다.


Q. 교육지원청의 직원들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A. 공부(독서)하는 전문적학습공동체가 정기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는 직원들의 성장입니다. 성장은 자존감을 높이는 것에서 비롯되고 전문가가 될 때 비로소 자존감이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직원들 모두가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공부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또, 어른들도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중받을 때 자존감이 생겨나고 행복해지기 때문에 직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존중해 주려고 노력합니다.


홍기석교육장님4.jpg
홍기석교육장님8.jpg
교육지원청에 전문적학습공동체가 필요한 이유를 태블릿PC에 적으며 설명한 장면. ⓒ 백원석 2018


Q. 교육장으로서의 포부는 무엇인가요?

A. 소통하는 교육장이 되고 싶습니다. 지원청 내에서도 업무의 효율화와 원활한 소통을 위해 업무수첩 대신 태블릿 PC를 주로 사용하는데요. 학교에 관계된 일을 논할 때 그 자리에서 태블릿의 지도 맵으로 학교를 검색해서 주변 환경, 학교 건물의 상태나 통학로 등을 찾아볼 수 있어 아주 긴요합니다. 지원청 내 국과장들도 태블릿을 가지고 다니며 회의 자료를 문서로 출력하지 않고 PDF 파일로 협의자료를 공유합니다. 협의록도 바로 이곳에 기록합니다. 교육장으로서의 공적인 일정 등은 일정관리 앱에 기록하여 전 직원이 볼 수 있도록 공유하고 있습니다.

선생님들과 만나는 자리가 있으면 끝까지 함께 하면서 현장의 어려움과 교육지원청에 바라는 점을 꼼꼼하게 태블릿에 기록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를 반영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지원청의 직원들과 전문적학습공동체를 하며 찾으려고 하지요.

앞으로도 이를 꾸준히 실천하면서 학생 중심, 현장 중심의 용인교육지원청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인터뷰 후기 : 2시간여의 인터뷰로도 아쉬움이 있어 점심을 함께 하며 더 많은 얘기를 나눴지만 제한된 분량 때문에 이곳에 다 싣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다. 홍기석교육장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교육철학 및 교육장으로서의 포부를 자세히 말하면서도 인터뷰를 요청한 혁신학교네트워크 전문연구년 교사들의 생각을 묻고 귀기울여 듣기도 했다. 그래서 인터뷰 형식보다는 좌담회나 토론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지속적인 개발로 인해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용인시, 그런 용인시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장으로서 역할도 그만큼 무거워보였다. 하지만 용인교육지원청의 학교 현장 지원 방향은 '현장중심, 학생중심'을 향해 있었고 지원청의 혁신이라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독자서평 보내는 곳 : pangpangirl@korea.kr 또는 통합메신저 (상탑초 도혜림, 청운고 정문희)

keyword
작가의 이전글교육자치! 교육행정과 일반행정의 분리인가? 통합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