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펑크도 나야 한다

-숑이와의 첫 만남과 라이딩

by 까미노

자전거는 내 삶의 가까이에 늘 있었다.

부모님께서 자전거를 못 타시는 관계로 어렸을 때는 집에 자전거가 없었다. 그러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 이웃집 자전거, 친구 자전거를 빌려 타다가 몇 번 쓰러뜨리고 나서 배울 수 있었다.

그 후로 중고 자전거를 아버지께서 어디에서 얻어가지고 오셔서 잠시 타고 다녔으나 초등학교 6학년 때 부천으로 전학 가는 바람에 한동안 자전거를 잊고 살았다.

그러다 가끔씩 놀러 간 곳(예전 여의도광장, 유원지 등)에서 자전거를 대여해서 타는 정도로 아쉬움을 달랬었는데 이제는 집에 자전거가 4대나 된다.


지난 일요일(10월 13일)에 '숑이'를 처음 만났다.

큰아들 MTB 자전거를 최근 몇 달 동안 주말에만 탔는데 매번 안장의 높이를 조절해야 하고, 내 몸에 비해 좀 작은 느낌도 있고 속도도 잘 안 나는 거 같아서 로드자전거를 중고를 알아보다가 가격도 적당하고 상태가 매우 양호한 매물이 중고사이트에 올라와 우리 학교 선생님의 자문을 구한 뒤에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해서 일요일 점심 무렵에 서울 강서구의 송정중학교 앞에서 판매자를 만나기로 했다. 자전거를 타고 올 수는 없어서 차를 가지고 가는데 가는 내내 가슴이 이상하다. 마치 소개팅 처음 나가는 느낌이랄까. 기대반 설렘반.


'숑이'는 2015년식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외형에 흠집이 거의 없었다. 판매자는 "몇 번 안 타서 거의 새거나 다름이 없어요"라고 했는데 그 말을 안 들었어도 그렇게 보일 정도라 방금 공장에서 가져온 듯 깨끗했다. 그러니 깎아달라 말도 못 하고 49만원을 그 자리에서 계좌로 이체하고 곧장 차에 실었다. 차가 크지 않아 뒷좌석 의자를 접고 앞바퀴를 탈거하여 실어야만 했다.



아내가 생일선물이라며 구입 금액의 절반 정도를 지원해줬다. 그래서 첫 라이딩도 아내, 둘째 서현이와 함께 옆 동네에 있는 던킨도너츠까지 가는 걸로 했다. 로드자전거는 처음이라 익숙하지 않았지만 아내와 서현이가 빨리 달리지 못하기에 그 속도에 맞춰 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첫나들이를 마치고 돌아와 본격적으로 혼자서만의 라이딩을 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입는 져지도 고급 헬멧도 장갑도 없다. 집에서 몇 년 전부터 쓰던 저급 헬멧을 쓰고 운동할 때 입는 옷을 입고 작년 산티아고 갈 때 썼던 장갑을 끼고 본격적으로 첫 라이딩에 나섰다. 가끔 큰 아들 MTB를 타고 가던 길인데 MTB로 갈 때와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자전거의 무게는 MTB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이 가볍다. 그 가벼움이 아직은 익숙하지 못해서 약간 불안할 정도다. 쉬지 않고 달려서 평소 1시간 정도 걸렸던 시화호에 50분 정도 걸려 도착했다. 중간에 쉬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확실히 MTB보다는 속도가 빠르다.


첫 라이딩이 짧아서 아쉬움이 남아 숑이를 차에 태우고 출근을 했다. 많은 라이더들이 달리고 싶어 한다는 팔당호를 낀 남종면 강길을 숑이와 함께 달려보고 싶었다. 칼퇴를 하고 사택으로 와서 옷을 갈아 입고 바로 나섰다. 돌아오는 길은 분명 어두울 거 같아서 가지고 있던 손전등을 핸들에 급히 케이블타이로 묶은 뒤에 출발했다.


바람이 차다. 반장갑 사이로 고스란히 느껴지는 찬바람에 손이 시리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선선한 날씨와 비교적 한적한 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어제 도심을 가로질러 시화호를 달리는 기분과는 전혀 다르다. 약간의 차도를 타다가 기분 좋게 강길로 접어들었다. 나 외에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없다. 아니 걷는 사람도 없다. 목표로 정한 '팔당물안개공원'까지 금세 도달했다. 도착해 거리를 따져보니 16km 정도 거리인데 그리 느껴지지 않을 만큼 힘들지 않았다.

그동안 팔당물안개공원을 여러 차례 와 봤지만 이 시각, 이 계절에 와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전용도로 양옆으로 활짝 핀 코스모스가 눈에 확 들어와 잠시 멈춰서 사진을 찍었다.



스스로 반환점이라고 생각한 곳에 도착해서 잠시 쉬다 보니 어느새 날이 저물어 라이트 없이는 타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준비한 손전등을 켜고 다시 사택을 향해 페달을 밟았다.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는 것인데도 밤길을 달리는 기분은 올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그런데 강길 따라 놓인 전용도로가 끝나서 다시 차도로 올라와 달리는데 내리막길에서 갑자기 쇳소리가 나더니 픽 소리가 났다. 쇳조각을 밟은 모양이다. 급히 브레이크를 잡고 내려서 보니 앞바퀴가 멀쩡하다. 휴~ 다행이다. 그런데 혹시나 해서 뒷바퀴를 만져보니 바람이 하나도 없다. 이런 젠장. 뒷바퀴에 펑크가 난 것이다.


밤길인 데다 내리막길이라 미쳐 보지도 못했는데 그 괘씸한 놈의 정체라도 알고 싶어서 다시 돌아가 찾아봤는데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아서 금세 포기하고 터덜터덜 자전거를 끌고 사택으로 향했다. 허탈했다. 이제 고작 두 번째 라이딩인데 말이다.


사택으로 돌아오는 길은 멀고도 멀었다. 시간 상으로는 한 시간 여 걸린 듯싶은데 이 밤에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자전거로 달리면 10분 정도면 올 수 있는 거리를 한 시간 가까이 끌고 가려니 갑자기 화가 치밀기도 하고 다리도 뻑쩍찌근하며 힘들었다. 그런데 걷다 보니 작년 산티아고 순례길 걸을 때의 느낌도 들고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 안 다쳐서 얼마나 다행이냐.'

'그래도 돌아오는 길 많이 안 남기고 펑크가 났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앞바퀴는 펑크가 안 나서 얼마나 다행이냐.'

'오늘 펑크 수리를 하면 내일은 탈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이번 기회에 자전거의 상태를 점검해 볼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펑크가 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이제부터 펑크 수리를 배울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다가도 걸어서 가야 하는 남은 길을 생각하면 힘이 푹푹 빠졌다.

그렇게 힘겹게 사택으로 돌아와 중고 져지 직거래 때문에 하남 미사지구를 가야 해서 나가는 길에 자전거점에 들려 15,000원 주고 펑크 수리를 했다.


오늘 밤 다시 그 길을 다녀오려고 한다. 펑크 없이 잘 돌아오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