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의 내리막길

-올라가면서 내려가는 것을 그린다

by 까미노

이제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게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듯 싶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가장 적합한 시간대와 출발지, 준비물을 챙길 수 있게 되었다.


지난 목요일에는 전조등의 배터리가 다 되었는지 점점 흐려져, 가는 내내 가슴을 졸여야만 했다.

'어째 한 번도 말끔하게 라이딩을 못할까'

타는 동안 이런 자책을 계속 했는데, 한 편으로는 '이제 열 번도 안 탔으니 너무나 당연한 거'라고 스스로 위안도 해봤다.


어제는 학교에서 출발하지 않고 퇴촌과 분원의 갈림길이 시작되는 '소리마을한정식' 앞에서 출발을 했다. 지난주에 학교에서 출발해보니 그 갈림길까지 가는 게 너무나 힘들었다. 그런데 퇴근하고 가는 것보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학교로 오는 길이 더 위험했다. 큰 덤프도 지나가고 아침이라 차도 별로 없으니 달리는 차의 속도도 꽤 빨라서 자전거 전용도로가 없는 편도 1차로를 갓길로 달리는 게 여간 부담스러운 거 아니었다.


그래서 완전한 자전거 출퇴근은 아니지만 소리마을한정식 주차장에 차을 세워두고, 그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것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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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처음으로 몇 번의 오르막과 내리막길을 달려야 사택까지 도착하는지 세어보았다.

그동안은 혹시라도 펑크가 또 날까 봐 도로를 살피느라 바빴는데 이제 조금 여유가 생겨서 주변 경치도 살짝살짝 보게 되고, 도로의 상황도 조금 여유롭게 살필 수 있게 되었다.

자전거의 기어 변속을 해야 하는 오르막길이 대략 여덟 번, 그만큼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긴 오르막부터 살짝궁 힘만 들이면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얕은 오르막까지 여덟 번의 과정을 거치면 되었다.


아직 내리막길에서 그 속도 그대로 브레이크를 잡지 않고 쌩쌩 달릴 수 있는 여유는 없지만 힘겹게 오르막을 올라온 뒤에 페달을 밟지 않고 힘차게 달려가는 내리막길에서는 약간의 긴장감과 함께 가슴속이 뻥 뚫린 듯한 느낌이 든다. 이 맛에 자전거를 타는 게 아닐까 싶다.


오늘은 어젯밤 내린 비로 인해 도로가 젖어 있어서 중간중간 얕은 물웅덩이를 건너야 했다.

그러다 보니 윗옷에 바퀴에서 튄 흙탕물이 한 줄로 도로를 만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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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비가 어젯밤이 아니라 오늘 아침에 내렸다면 나는 자전거로 출근을 할 수 있을까?

차도 학교에 있으니 자전거를 사택에 놓고 버스로 오거나 아니면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오는 두 가지 방법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할 텐데 정작 그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확신이 안 선다.


인터넷에 보니 겨울에 라이딩하는 사람들은 '손가락을 잘라 버리고 싶을 정도로 손이 시리다'라고 하는데 아직 본격적으로 겨울이 아닌데도 자전거를 타는 동안 가장 춥게 느껴지는 곳이 손이다. 갈수록 더 손이 시릴 텐데 언제까지 자전거로 출퇴근을 할 수 있을까?

현재 일주일 두 번 정도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게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일단 이번 주 목요일까지 해보고 다음 주는 그때 가서 결정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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