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박한얼 Haneol Park
Feb 04. 2024
하루가 일 년 같아
우리는 다른 우주에 살고 있어서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것 같아
너에게 날아가는 나의 일 년이
너에겐 내가 하루 만에 온 것 같겠지
너는 늘 너 자신을 한계로 몰아붙이면서
몸이 너덜너덜해짐으로써 편안함을 느끼지만
나는 정신이 너덜너덜해질 때쯤
모든 걸 내려놓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거든
나는 그런 널 걱정하는데
너도 이런 날 걱정할까 궁금해
마음의 문이 꽉 닫혀있던 너에게 내가
이렇게 마음속 틈을 비집고
빠르게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너에겐 이게 며칠 만에 일어난 일 같겠지만
사실 나에겐 몇 년이 걸린 일이거든
나는 너를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으니
더 천천히, 정성스럽게 다가갈 거야
너는 내게 며칠 만에 푹 빠졌으니
더 많이, 깊게 탐구해 줘
너의 연구 대상이 되고 싶어
너의 우주가 되고 싶어
너의 날개가 되고 싶어
너의 하늘이 되고 싶어
널 자유롭게 해주고 싶어
일 년이 일 년이고
하루가 하루일 수 있도록
언젠가는 우리의 시간을 맞추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