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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한얼 Haneol Park Aug 08. 2024

두려움과 손 잡고 나아가기

오늘의 생각 #97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있고 어디에나 있고 모든 것에 있으며 너무나도 막연하다.


두려움은 '모름'에서 온다고 한다.

요즘처럼 모든 게 너무 빨리 바뀌는 시대에는 미래의 불확실성이 더욱더 크게 다가온다.

당장 주식이 어떻게 될지, 앞으로의 커리어는 괜찮을지, 내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내가 원하는 형태의 사랑을 찾을 수 있을지, 당장 다음 달 생활비는 어떻게 할지...


끝없는 미래 걱정의 늪에서 헤엄친다.


가끔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것 같을 때마다 내가 외우는 주문이 있다.


"난 아무것도 모른다."


아 참, 나 아무것도 모르지...?


내가 뭔가를 알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는 순간, 그 교만과 손을 잡는 순간, 두려움은 그야말로 실존하는 적이 된다. 내가 싸워서 이겨야 하는 적. 내가 만든 적. 내가 만든 게임, 혼자 하는 게임.


하지만 나는 사실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알아차리는 순간, 모든 게 띵- 해지면서 몸과 마음이 평온해진다. 모름에서 두려움이 오지만 그 모른다는 사실 자체를 안다면 두려움이 사라지는 이 원리가 참 알다가도 모르겠고 신기할 뿐이다.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었을 때 어이가 없어서 힘이 풀리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고, 지저분한 생각들로 가득 찬 머릿속 방 안이 깨끗이 비워지고 그 안에 나의 호흡이 채워지는 시간이다.


그때 비로소 겸손과 손 잡고 두려움이라는 환상이 사라지는 걸 목격할 수 있다. 원래 두려움은 없는 것이기 때문에 손잡을 수가 없다. 과도한 의미 부여를 멈추고 흘러가는 사람, 시간, 돈에 내 몸을 맡긴 채 파도가 치면 파도를 타고 잔잔히 흐르면 유영을 하면 된다.


지난 글 '영혼?'에서 내가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고 싶다고 했었는데, 그것도 불가능하다. 우리가 보는 건 전부 추상이다. 따라서 정답을 좇는 건 존재하지 않는 걸 믿는 것과 같다. 오답은 있을지언정, 정답은 없다.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된다. 다만, 오답을 피해 가다 보면 우연히 찾은 나에게 편한 길이 있을 것이고 그것이 바로 나의 길이다.


나의 길.


나의 길은 끝 없는 우연들로 이어진 별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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